[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 지연진 기자]박근혜와 정몽준.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가 연일 창과 방패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세종시 원안 고수와 수정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지만 사실상 오는 2012년 차기 대권 레이스의 서막을 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몽준·박근혜, 세종시 문제로 연일 불꽃공방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립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위험수위다. 세종시 당론변경 문제를 놓고 연일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받은데 이어 최근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중국 고사까지 인용해가며 정치적 공방을 주고 받았다. 세종시를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증폭되고 양상이다.
정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세종시 원안 추진에서 요지부동인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전날 정 대표의 발언과 관련,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말도 안되는…"이라며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鄭·朴대립의 근본원인은 대권경쟁
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대립은 한마디로 대권경쟁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관계와 향후 정치 기상도를 고려할 때 연일 계속되는 두 사람의 초강수는 차기 레이스가 조기점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대선국면에서도 불편한 관계였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든 박 전 대표는 무소속 정몽준 대표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정 대표는 2002월드컵 4강신화의 열기를 바탕으로 유력 대선후보로 우뚝 서며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정체성을 이유로 거절했다. 8년 전 대선국면에서 앙금이 차기 대선을 2년여 앞둔 2010년 세종시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주자 선호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 표심은 대선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고수를 명분으로 충청권의 지지를 확보할 경우 차기 권력에 더 가까워지게 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정 대표는 광범위한 대중적 인지도에도 취약한 지역 및 당내 기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대한축구협회 회장 등 체육인과 현대가 출신이라는 기업인의 이미지가 적지 않다. 세종시 정국에서 뚜렷한 대립각을 세워 정치인 정몽준의 이미지를 부각해야 차기 대선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현 대표는 "정 대표의 메시지 표명은 당 대표로서 당연한 정치행보"라면서도 "근원적인 이유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못 세우면 앞으로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상실할 수 있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박 전 대표에게도 세종시 문제는 원칙 중시 이미지와 대중적 기반을 굳히기 위한 중요 조건"이라면서 "정 대표는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이기 때문에 정 대표의 존재감 부각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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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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