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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박근혜, 세종시 당론 변경 '2차 충돌'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또 다시 정면충돌했다. 수정안 당론 변경 추진에 적극적인 정 대표를 겨냥해 박 전 대표가 지난 18일 책임론을 제기한데 이어 20일에는 당론 변경을 위한 토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와 서울 강남지역 국정보고대회에서 세종시 원안을 두고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처럼 정치인들이 저지른 거대한 장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정부가 제시한 발전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하는 절차조차 진행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해하시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기존에 당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정부의 대안발표 이후 새로운 당론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니 이를 논의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이는 세종시 당론 변경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정 대표의 '정면승부'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바로 반격을 가했다.박 전 대표는 같은 날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 대구ㆍ경북 시도민회 신년행사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결론을 내 놓고 하는 것으로 수정안을 당론으로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당론 변경은 가능하다'는 친이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선거 때마다 '세종시 당론은 원안'이라고 몇 년을 말하고 다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약속으로 집권에 성공해 놓고 이제 와서 당론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이전의 당론 변경 사례와 동일시 될 수 없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인 셈이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2월 세종시 수정안으로 당론을 변경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친이(친이명박)계의 세종시 로드맵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청와대와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개별 설득작업에 따른 대오 이탈을 사전에 차단하고 당론 변경 불가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정부가 자족기능 강화를 내걸고 기업 유치를 수정안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이들 기업들은 이미 원안 때 이전을 검토했던 곳으로 알려졌다"면서 "결국 세종시 문제 해법은 원안 밖에 없다는 점을 친이계가 인정하고 불필요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계는 집권당인 여당이 정부의 대안을 놓고 당내 토론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친이계 한 재선의원은 "박 전 대표가 수정안 토론을 거부하겠다면서 토론을 막지 않았다고 말해 헷갈린다"면서 "정부가 세종시 관련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당도 어쩔 수 없이 토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야당은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수정안 당론 채택을 위한 당내 토론 거부 입장을 밝힘으로써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친이.친박 간 대치국면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당론 변경 여부를 둘러싼 계파 갈등은 정점이 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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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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