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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속성장의 불편한 진실 '부동산 버블'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중국이 작년 4분기 1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지난해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가 4조9100억 달러로 5조1000억 달러(예상치)인 일본과의 거리를 크게 좁힌 것.


연간 성장률도 8.7%로 목표치 8%와 전문가 예상치 8.5%를 웃돌면서 강한 성장 동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부동산 버블과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전세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중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자산 버블이 침체를 야기하는 부메랑으로 돌변, 중국 경제를 도탄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일본식 버블 리스크 직면한 중국 =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 즉 산업화와 도시화와 이로 인한 수출과 소비 증가 등은 일본 경제 성장 과정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그리고 중국은 이제 일본 경제의 위치를 위협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중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버블의 함정에 빠져 일본식 장기침체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위기에 처했다는 데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90년대 초반 일본경제는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수년간의 저성장이 이어지는 장기침체에 빠져들었다.


중국최대부동산개발업체 차이나 방케의 황시 대표는 지난 달 인터뷰에서 “만약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주요 도시 밖으로 까지 퍼질 경우 중국은 일본식 부동산 버블 리스크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에는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도심 지역은 물론이고 중국 전역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전국 신규 주택 가격은 현재 연율 2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최고급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하니 중국이 부동산 개발 광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부동산 버블, 사회적 분열 야기=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인들의 평균적인 구매 여력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너무 많은 신규 주택이 건설되고 있다는 점. 이는 향후 악성채무 증가, 과잉 투자 등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집값 폭락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소수의 상류층만을 위한 부동산 시장은 결국 정치적·사회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 내 주택 가격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쳐다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섰다는 지적이다.


◆ 부동산 버블, 규제해야 하지만… = 이처럼 부동산 버블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지만 중국 정부가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선 부동산이 중국 경제를 떠받드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가격 상승세가 부동산 개발업체들로 하여금 더 많은 집을 짓도록 부추겼고, 이것이 원자재 수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면서 전체 경제를 부양하는 연결고리가 형성돼 온 것이다.


특히 중국정부가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차례로 철수하면서 민간 부문 소비의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부문 투자의 주요 동력은 건축과 부동산 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산업군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산업의 설비 과잉 등을 이유로 투자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초, 부동산 규제에 나섰다가 경기악화를 불러일으켰던 경험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과감한 정책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베이징 기술경영대학의 지주 교수는 “수출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부동산은 중국 경제 성장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며 “투자자도, 부동산개발업자도, 정부도, 그 누구도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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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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