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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雪國과 하얀대화ㆍㆍㆍ순백에 빠지다

선자령 트레킹-동해와 백두대간을 품은 눈꽃길 장관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마루 금(능선)을 따라 설국으로 들어선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상쾌하게 귓전을 때린다. 가지마다 하얀 옷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경쟁하 듯 아름다움을 뽐낸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몸은 움츠려 들지만 각오는 새롭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산의 취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산행의 좋은 계절을 꼽자면 이처럼 화려한 눈꽃과 칼바람이 함께 하는 겨울산행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눈이 길을 만들고 또 지우는 산길을 따라 오르는 운치도 멋스럽고 정상에서 만나는 광활한 설경과 꽃답게 피어난 눈꽃은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면 겨울산행은 쉽게 엄두가 나질 않는다. 화려한 눈꽃이나 장엄한 설경을 만나려면 해발고도 1000m쯤은 훌쩍 넘겨야 한다. 얼얼한 칼바람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오를 생각을 하면 덜컥 겁부터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없이 겨울산행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백두대간 선자령이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선 봉우리인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사방의 높고 낮은 산들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백두대간의 전망대다.


1,100m가 넘는 높이지만 산행의 시작점인 대관령의 높이가 840m이니 표고차가 불과 317m 정도다. 거리로는 왕복 12km정도로 넉넉잡아 4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겨울산행의 필수장비인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대관령휴게소를 떠나 선자령으로 향했다.


등산로 초입에서 1km정도 가면 대관령 국사성황사를 만난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강릉 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곳으로 강릉사람들에겐 유독 각별한 산신당이다.


국사성황사 왼쪽 살림집 옆으로 난 오솔길로 오르면 대관령옛길이다. 후삼국 궁예가 명주성을 칠 때 군사를 몰았던 길이고 신사임당이 율곡의 손을 잡고 고향 강릉을 넘나들었던 그 길이다.


선자령길은 국사성황사 오른쪽으로 난 길로 올라야 한다. 400여m의 콘크리트길을 오르자 항공통제소가 나온다. 최근 잦은 눈으로 콘크리트 도로는 하얀 눈으로 덮혀 삭막함을 조금은 잊게 해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선자령 산길이 시작된다. 드넓은 눈밭과 흰 꽃나무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눈이 많이 온 해에는 허리까지 빠진다는 이 길을 눈꽃에 취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걷다보면 새봉(1.070m)에 이른다. 이곳은 최고의 '동해 전망대'다.


정상에 나무데크도 마련돼 있다. 바람 많이 불기로 소문난 이 봉우리 주변의 나무들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모두 동쪽으로 누워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와 강릉 경포호가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펼쳐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새봉에서 내려서면 산길은 능선 위로 이어져 장쾌한 설원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왼편으로 대관령 삼양목장의 설경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초원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특히 능선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시야가 툭 트여 청량감을 더한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경계로 동쪽은 숲, 서쪽은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설원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뛰어가고 싶지만 찬바람에 다져진 심설이라 걷기가 만만치않다.


선자령은 장쾌한 풍경도 좋지만 무엇보다 동행과 조곤조곤 대화를 하며 오를 수 있어 좋다. 부드러운 길이 절로 마음을 열게 만든다. 숨이 턱에 받치는 힘겨운 코스가 없는 덕에 산행객들의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두런두런 끊이질 않는다.


선자령의 명물인 까마득한 높이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휘익 휘익 날개짓을 해된다. 풍력발전기 밑에서 듣는 웅웅거리는 프로펠러의 진동은 위압적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이다.


여기까지 오면 선자령 정상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부터는 바람이 한 층 거세진다. 강한 바람을 피해 납작 엎드린 작은 나뭇가지들에 눈꽃이 피어 있고 그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선자령 정상이다.


정상에는 백두대간을 표시한 기념비가 거대한 돌에 새겨져 서 있다. 거센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지만 사방 하얀 능선과 동해바다의 장쾌한 풍경에 눈과 마음이 번쩍 트인다.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은 오대산, 북쪽의 황병산이 치맛자락 펄럭이듯 물결치며 시리도록 눈부신 세상을 펼쳐내고 있다.


선자령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은 대략 3가지다. 선자령 정상에서 곤신봉 쪽으로 더 가다가 '낮은목'에서 보현사로 내려서는 길이 있고, 두번째는 선자령 정상 못 미쳐서 어흘리의 초막골로 내려가는 길을 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출발점인 대관령휴게소 쪽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무난하다. 다른 코스로 하산하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선자령 트레킹 길에 들를 만한 곳이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눈 덮인 목장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로 다가온다. 양떼목장은 6만2000평 면적에 둘레가 2.5㎞의 아담한 규모로 주변 큰 소목장에 비해 스케일은 작지만 이국적 분위기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건초 주기 체험'과 능선길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다.


선자령(평창)=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나, 중부를 이용하다가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으로 가다 횡계IC를 빠져 나온다. 용평리조트 방향으로 1km정도가다 고속도로밑을 지나서 바로 좌회전해 5km가면 대관령옛휴게소다. 선자령 겨울산행은 날씨가 변수다. 워낙 매서운 바람이 불기에 강품이 몰아치면 산행을 중지하는게 좋다. 또 안개나 눈보라가 자욱한 날씨에는 길을 잘 못 들수 있기에 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먹거리=용평리조트 덕분에 생긴 맛집들이 즐비하다. 황태요리는 황태회관(033-335-5795)이 맛나게 한다. 또 송천회관(033-335-5943)은 오징어와 삼겹살을 양념으로 버무려낸 오삼불고기 등이 일품이다. 부산식육식당은 고기를 굽고 난 뒤 돌판 위에 끓여내는 된장찌개가 좋다.

△잠잘곳= 펜션 등의 숙소들이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히 들어서있지만, 그래도 용평리조트(1588-0009)만한 곳이 없다. 호텔, 빌라, 콘도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고 겨울스포츠인 스키와 보드도 즐길 수 있다.


△축제=이달말까지 평창 송어축제가 열린다. 또 횡계리 일대에선 24일까지 눈꽃축제가 펼쳐진다. 메인 행사장엔 눈으로 만든 고성(古城)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초대형 눈조각이 볼만하다. 이외에도 눈썰매, 스노오토바이, 스노봅슬레이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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