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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자의반타의반 퇴출제 속속 도입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선진화 요구와 압박, 내부의 위기의식이 결합되면서 공기업에서 퇴출프로그램이 잇달아 도입되고 있다. 상시퇴출프로그램이 별도로 없었던 공기업계가 최근 임금피크제와 명예퇴직, 직급하향, 무보직 발령 등을 추진하면서 "대과(大過"없으면 정년은 간다"라는 공기업계 철밥통 신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노사합의로 임금피크제를 추진키로 한 한국전력은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전은 정부가 2008년 마련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정원의 11%인 2420명을 감축키로하고 지난해 1차로 273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한전은 최근 노사가 정년을 58세에서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임금피크제에 합의함에 따라 정상적인 규모의 신규 채용을 위해 이번 명예퇴직 신청에 들어간 것.

한전 노사는 지난해 12월 30일 임금피크제에 잠정합의했다. 노측인 전력노조가 지난 14일 임ㆍ단협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96.7%, 찬성률 89.8%로 합의안이 가결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정년은 현행대로 만 58세로 하되, 본인의사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경우 정년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됐다. 57세가 되는 시점에서 '1년 뒤 퇴직' 또는 '58세 후 정년 2년 연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시 57세는 원래 연봉의 5%가 삭감된 급여를 받게 된다. 또 ▲58세에는 당초 연봉의 10%를 ▲59세에는 30% ▲60세에는 35%를 삭감돼 지급받는다. 한전 노사는 이밖에도 본사에서 인사·노무·감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평사원 11명을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키로 뜻을 모았다. 근무 중 순직한 직원의 가족을 한전에 채용한다는 단협 조항도 삭제됐다.


한국거래소는 김봉수 이사장이 취임 2주일만인 지난 4일 개혁추진단을 신설하고 부서 축소ㆍ인원 10% 감축ㆍ임원 연봉 58% 삭감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16일 3명의 전문위원을 포함한 18명 임원진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거래소측은 사표수리 대상자에 대한 정식 인사명령을 18일께 내고 필요시 공식 입장 발표 등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사가 거래소 개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3일 공개경쟁 공모 보직추천제도를 도입, 팀장급 이상 560여개 자리 중 안전운전에 중요한 운전부서를 제외한 80%를 교체시켰다. 또한 팀장급 직원을 처장 직위에 발탁하는 등 간부 직위의 26%를 하위직급 직원으로 발탁 보직했다. 공개경쟁 보직 탈락으로 인한 무보직 또는 재활교육 3회 탈락시에는 해임 처리하는 퇴출프로그램도 도입됐다. 무보직자는 6개월 교육을 받은 뒤 그 결과에 따라 업무복귀 또는 완전 퇴출이 결정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도 1~2급 전보인사에서 지사장 등 기관장급 4명, 팀장급 8명에 대해 무보직, 하향보직 및 경고조치를 취했다. 공단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매년 1~2급 정원의 10%를 무보직과 하향보직으로 발령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사에서 무보직과 하향보직을 받은 1~2급 직원들은 맞춤형 자기계발교육과 1년 장기 연구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들은 6개월마다 소속기관장·부서장에게 업무실적 평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고 업무연구실적 평가, 보직심사평가 등 3단계 평가를 거친 후 보직을 다시 받게 된다.


지난해 6월 기관장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기관장이 사퇴한 곳은 강도 높은 인사쇄신에 들어갔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최고위직 부서장 8명 중 4명을 무보직 실무직원을 발령하고 26개 팀을 22개 팀으로 통폐합하는 한편 팀장 26명 중 8명을 팀원으로 보직 전환했다. 비보직으로 전환된 부서장과 팀장은 1년 후 평가결과에 따라 보직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단협 개정 등을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모색 중이며 청소년수련원은 성과차등형 연봉제 도입, 휴일·야간수당 축소, 법정휴가 외의 유급특별휴가 3일 폐지 등을 노사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의료원은 신임 기관장이 채용되지 않은 상태이나 감사를 중심으로 내부에서 혁신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이 선진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확산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은 그 동안 채용 이후에는 상시퇴출프로그램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의 성과중시 경영 속에서 변화가 보이고 있다"면서도 "무리한 임금인상 및 과다한 복리후생 억제는 물론 성과관리 체계 및 퇴출 시스템 도입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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