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자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지 불과 2년이지만 또 다른 버블이 세력을 불리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이번 버블의 붕괴 시점을 2010년으로 점친다. 침체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차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다.
주지하다시피 위기 이후의 버블은 민간이 아닌 정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및 구제금융 자금은 정부가 빚을 내 조달했고, 이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타면서 자산 버블을 일으킨 것.
자산 버블이나 버블 붕괴에 대처하는 해답으로 꼽히는 것이 금이다. 과연 그럴까.
금 값은 수요와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등락한다. 금에는 쿠폰 금리나 성장 전망이란 것도 없다. 금은 적정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려운 상품이다. 어떤 투자가는 금 값이 다우존스 지수와 동반 등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최고가 남성 정장의 가격과 나란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퀀텀펀드의 짐 로저스 회장을 포함한 유수의 투자가들이 금값의 추가 상승을 점친다. 심지어 자칭 타칭 가치투자가 중에서도 금에 베팅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평범한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지난해에만 SPDR 금신탁에 120억 달러의 뭉칫돈이 몰린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이 놓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금 수요가 높아지면 공급도 늘어나게 마련. 금의 현선물 가격이 수직상승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지난 2001년 금광업체가 신규 투자한 자금이 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신규 투자로 늘어나는 생산 규모는 연간 450톤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14년까지 추정되는 전체 공급량의 5%에 해당한다. 지난해 금 수요는 20% 급감했지만 신규 투자에 따른 생산 증가는 멈추지 않았다.
금은 원유와 같이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보기 힘들다. 금은 전세계 곳곳에서 해당 지역의 통화로 사고 팔 수 있는 자산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운드화나 유로화, 엔화 등 달러화 이외의 통화를 기준으로 할 때 금 값은 지난 겨울의 고점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1833~2005년 사이 금과 인플레이션은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상관관계를 연출했다. 세금이나 환율 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금에서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워런 버핏이 금을 두고 빈정거린 일화는 오랜 기간 회자된다. "땅에서 캐낸 금을 사람들이 녹인다. 땅에 다시 구멍을 파고 녹인 금을 파묻는다. 그리고 묻은 금을 지키도록 사람을 고용한다."
금이 일정 부분 산업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귀금속이나 가치 저장용으로 매입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문에 금 값을 올리려면 다른 투자자들이 금값 상승을 확신하고 매입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폰지식'의 가격 상승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금 매입을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서도 지금은 금에 베팅할 때가 아니라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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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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