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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⑫음악으로 세상이 하나 되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오늘은 나의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 한참동안 받지 못했던 월급을 돌려준대요 / 나의 소중한 가족들 사랑하는 부모님 / 이제는 나의 손으로 행복하게 해줄게요 / 오 사장님 안녕하세요 / 오 사모님 내 월급을 주세요'(스탑크랙다운 2집 수록곡 '월급날')


'아이언 크로스'는 미얀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헤비메탈 밴드이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칫산마웅은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들을 보고 음악에 빠진 청년은 한국으로 건너와 이주노동자가 됐다.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음악을 잊지 않았던 그는 2003년 11월 성공회성당의 농성장에서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을 결성했다. 그후 6년, 두 장의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해오던 밴드는 지난 10월 주축이었던 미누의 강제추방 이후 단 1명이 남은 원맨밴드가 됐다. 여전히 '스탑크랙다운'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그 사람은 ‘아이언 크로스’의 팬이었던 음악청년, 소모뚜씨다.


지난해 11월26일 홍대에서 열렸던 밴드 결성 6주년 기념 공연 '미누야 보고 싶다'의 감상을 묻자 소모뚜씨는 담담했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바라고 밴드를 한 것이 아니에요. 모두가 사람이고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국적이 다른 멤버들이 모여 '다문화밴드'를 6년이나 꾸려 올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강제로 추방당해야 한다는 것이 슬펐어요. 하지만 우리가 쪼개져 있는데도 공연을 하고 예전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기뻤습니다. 비록 흩어지게 되었지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아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가 하나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되니까."

인터뷰 내내 그는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스탑크랙다운 밴드 멤버, 이주노동자 방송국 MWTV 대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버마행동' 총무 등 수많은 직함을 지닌 그가 제시하는 다문화사회의 원칙이 거기서 출발한다. 사람이기에 같을 수밖에 없고, 다문화사회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다문화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몽골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는 다문화교육 모임도 만들어 놓았다. 외국인근로자 인권을 위한 모임이라는 단체 중심으로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한 시간 정도 다문화교육을 진행한다.


"가르치고 나면 아이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껴요. 한 시간이라도 우리 서로 정들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똑같은 사람으로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은 이해해요. 수업이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을 때 거리낌 없이 저한테 어깨동무를 하죠."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하다.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으로서 음악을 신뢰한다. 그래서 그는 밴드 활동을 택했다. 음악으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음악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음악은 사람들을 화합하게 해 줘요.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돼요."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 그는 잔뜩 흥분한 어조였다. 처음으로 전자 기타를 안아 봤을 때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마치 자기 자식을 안은 기분이었단다.

한국에 와서 그가 놀란 점 역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음악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서점에 가면 기타 교본이 있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악보를 다운받을 수 있다. 미얀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좋아하는 메탈리카의 악보 하나 얻기도 힘들었다. 그는 음악의 기초를 오로지 독학으로 익혔다.


"음악에 열 두 개의 음이 있다는 것, 코드 구성, 그런 걸 전부 혼자 터득했어요. 그만큼 어렵게 만나왔기 때문에 음악은 내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내가 음악인지 음악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사랑해요."


그는 '스탑크랙다운'밴드의 활동이 그 자체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선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주노동자들은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이 그가 한국에 온 이유가 됐다.


그래서 그에게 국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 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그는 고국 미얀마를 염려하는 만큼 한국의 현실을 걱정한다. "한국에 살면서도 차별 없고 편한 세상을 원했어요. 내 나라뿐만이 아니라 내가 와 있는 곳에도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거죠."


그는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이주노동자 문제를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가로 변신했다. 이미 다국적 밴드를 꾸리며 다문화사회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미래를 낙관한다. 동료들의 추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항상 일을 찾고 일을 벌이는 것이 자신의 일상이란다.


지금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힘들고 어렵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행복해요. 어디에 있었어도 지금같은 활동을 했을 거예요."

김수진 기자 sj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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