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외부에서 사찰음식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죠. 사찰음식은 원래 우리 필드(field)인데 우리가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어딘가 스님답지 않다고 느꼈다. 스님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사업가의 말투였다. 조계사 맞은편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 위치한 사찰음식점 '바루'에서 총책임을 맡고 있는 대안스님(49)을 최근 만났다.
바루가 능이죽(가을에 채취한 능이버섯을 말려 은행가루와 대추, 두릅을 넣고 끓인 죽), 더덕샐러드(유자와 잣이 들어간 소스를 얹은 더덕·야채 무침), 삼색전(직접 담은 된장, 고추장으로 간을 한 깻잎 장떡, 가죽나무의 순으로 만든 가죽전, 검은깨가 들어간 연근전) 등 바루만의 메뉴를 개발하고 문을 열기까지 1년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사찰음식의 정의에 대해 묻자 1년간의 준비기간에 담긴 대안스님의 신념이 그대로 묻어나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찰음식은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죠. 본디 수행음식으로 자기 양에 맞게 먹는 음식이 사찰음식입니다. 재래식장을 담그고 제철채소만을 재배해 재료로 쓰는 사찰음식에는 불교의 불살생 정신, 불교의 문화적 콘텐츠가 담겨 있는 셈이죠."
바루를 찾는 손님들의 내·외국인 비율을 보면 내국인이 60%, 외국인이 40%를 차지한다. 대안스님은 사찰음식이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외국인들이 바루를 많이 찾는 이유를 '스토리'에서 찾았다.
외국인들이 자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오신채(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인 파, 마늘, 부추, 달래, 양파)를 쓰지 않고 직접 담근 재래식장만을 사용, 소스 하나까지도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음식. 콩나물 하나도 지리산에서 직접 재배한 것만을 고집해 만든 음식.
바루의 음식이 담은 다양한 스토리는 바루가 신뢰를 쌓는 방법이자 외국인 손님과 소통하는 법이다.
바루는 곧 이름을 발우공양으로 바꾼다. 좀 더 깊은 신뢰를 쌓고 사찰음식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다. 발우공양의 발우를 되찾은 그곳에서 또 다른 스토리가 담긴 사찰음식이 나올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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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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