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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③금발의 그녀, 절에 가다

절하러(108배), 먹으러(발우공양), 잠자러(템플스테이)


[아시아경제 이승종 ] 내 이름은 앨리샤(Alicia), 미국에서 왔다. 동갑내기 친구인 멜리사(Melissa), 닉(Nick)과 함께 여행 중이다. 난 이미 예전부터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크기도 작고 선진국도 아니지만 오랜 역사에서 나오는 한국만의 문화는 나 같은 서양인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니까. 그중에서도 한국의 사찰문화는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내가 올 들어 서울에서 가장 추운 겨울 날씨라는 오늘, 투덜거리는 멜리사와 닉을 데리고 이렇게 밖으로 나서게 된 이유다.

첫 번째 방문지는 코엑스 옆에 위치한 봉은사다. 외국인관광안내소에 물어보니 서울에서 가장 큰 사찰이 봉은사라고 알려 줬다. 코엑스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몇 번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는 곳이다. 화려한 코엑스 옆에 조용한 봉은사가 위치한 것이 재밌다.


한국 속담을 빌리자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봉은사는 입구부터 대웅전까지 이르는 길을 공사 중이다. 일주문이라 불리는 길을 천천히 걸어서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사천왕 앞에서 절도 하면서 할 것은 다 해 본다. 사천왕을 떠나려는데 저 쪽에서 나와 같은 금발 여성이 다가 오는 것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 본다. "헬로(Hello)~"

그녀의 이름은 미렐라(Mirela). 내 또래인 줄 알았는데 32살이라고 해서 놀랐다. 봉은사를 찾은 이유를 묻자 그녀 역시 사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답한다. 미렐라는 비즈니스 업무차 한국에 들렀다가 봉은사를 찾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찰에는 한국의 문화가 깃들어 있고 한국의 역사가 살아 있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참 아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특히 한국 사찰이 목재 건축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건축물만의 은은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쳐줬다. 나와 함께 대웅전으로 들어서며 미렐라는 "외국 사찰 중에는 법당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다"며 좋아했다. 정말 오늘 많은 것을 배운다.


미렐라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는 조계사로 향했다. 미렐라에게서 강남에선 봉은사, 강북에선 조계사를 가보면 좋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계사 역시 봉은사와 마찬가지로 고풍스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난 한국 사찰의 이런 점이 좋다.


1000년을 넘게 이어져 온 사찰만이 지닐 수 있는 무언의 매력. 역시 목재로 만들어진 대웅전을 보며 외국에는 시멘트로 만든 사찰도 있다는 미렐라의 말이 떠오른다. 역시 한국이 좋아. 탑돌이 하는 사람들 틈에 섞이려는데 우리처럼 셋이 함께 온 외국인이 보인다. 31살 파멜라(Pamela), 35살 데이비드(David), 43살 스티브(Steave).


대만 출신인 파멜라는 한국에서 템플스테이도 경험해 봤단다. 전화기도 TV도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하루를 경험한 것이 좋았다며 나보고도 한 번 체험해보라며 성화를 부린다. 그녀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발우공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스님들의 식그릇인 발우에 직접 밥과 반찬을 넣어 먹는 과정이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며 나중에 또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인다. 반면 "108배 체험은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며 울상을 짓는다. 파멜라 일행은 오늘이 어제에 이어 두 번째 조계사 방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볼 게 많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그들을 보며 한국사찰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나도 질 순 없지. "멜리사, 닉, let's take a picture!(우리도 사진 찍자)."

이승종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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