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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⑤"9.11 때문에 한국 남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듣고 판단해 달라!

[아시아경제 강정규 ] 과거 이태원은 서울에 있는 작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태원은 이제 작은 지구촌으로 커졌다.


이곳에는 두 개의 첨탑(미나렛)이 뾰족 솟은 서울 한남동의 이슬람중앙성원이 있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가 됐지만, 이국적인 사진으로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장식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얻기 위해 오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 그만큼 이슬람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9.11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서 선교 교육국 출판위원을 맡고 있는 장 후세인(38)은 무슬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이 땅에 남았다가 이내 귀화한 한국인이다. 터키 출생으로 본명은 후세인 크레데미르. 터키의 명문 앙카라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그는 "1994년 서울대 대학원에 국비유학생으로 오면서 한국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그의 원래 꿈은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1년.

9.11이 터지면서 그의 인생도 180° 바뀌었다. 터키에 돌아가 한국문화를 전파하려 했던 그가 거꾸로 한국에 남아 이슬람문화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9.11사태 이후 인터넷에 난무하는 이슬람에 대한 왜곡과 서방의 시각에 입각한 일방적인 보도 및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사회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올리고, 주변 무슬림들의 권유와 협조로 열몇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지금의 일자리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이맘(이슬람 예배의 인도자)'으로 부르는 말에 그는 "난 성직자가 아니다. 이슬람에는 성직자의 개념이 없다. 이맘 역시 누구나 될 수 있다"며 "매주 출판물을 발행해 이슬람을 바로 알리는 것이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말만 듣고 무슬림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쪽(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입장을 모두 듣고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슬람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전주비빔밥 좋아하는 한국인

한해 두해 귀국을 미루던 그가 한국에 뿌리내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한 한국인 여학생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녀는 미국 유학중 무슬림들과 접촉하며 종교적 궁금증을 갖게 됐고, 후세인의 홈페이지를 오가며 그 대답을 얻었다고 한다. 그것을 인연으로 결국 둘은 부부가 되었고 이태원에 작은 둥지를 틀었다. 둘은 서로 양보라도 한 듯, 한쪽은 크리스천에서 무슬림이 됐고 한쪽은 한국으로 귀화했다.


둘 사이엔 3살 난 딸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자라나게 될 딸의 미래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제결혼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터키까지 비행기로 11시간 걸린다. 그런데 이스탄불 공항에 내려 고향인 요즈카즈까지 버스로 11시간"이라며 "그만큼 세계가 가까워졌다. 이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으로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전주비빔밥이라고 했다. 고기보다는 야채 위주로 된 건강식이고 맛도 좋다는 것이다. 온갖 야채와 밥을 넣고 비벼 놓은 것이 터키와 한국, 이슬람과 9.11이 한 데 섞인 그의 삶을 닮았다.


강정규 kj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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