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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모면 두바이월드 '급한불은 껐으나…'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아부다비가 아랍에미리트(UAE) 형제국인 두바이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면서, 두바이월드 모라토리엄 사태 이후 궁지로 몰렸던 두바이가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급한 불을 끈 데 따른 안도감에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랠리했다. 그러나 아부다비의 지원액은 두바이월드 전체 채무는 물론이고, 채무조정액에 비해서도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14일 두바이의 최고재무위원회(SFC)는 성명을 내고 아부다비로부터 1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고 밝혔다.


성명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두바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세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최근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했고, 그 이후 아부다비와 두바이, UAE 중앙은행은 이 문제가 투자자들과 금융권, 중동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부다비와 UAE 중앙은행은 두바이에 중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체적으로 아부다비 정부는 두바이금융지원펀드(DFSF)를 위해 1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는 다가오는 두바이월드의 채무를 되갚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첫 조치로 두바이 정부는 오늘(14일) 만기 예정인 41억 달러 규모의 수쿠크(이슬람 채권)를 상환하는데 자금을 집행하기로 승인했다”며 “나머지 자금은 이자비용과 두바이월드가 성공적으로 채무유예 협상을 이끌어낸다는 조건 하에 내년 4월30일까지의 쓰일 운전자금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에미리트 내 두바이월드의 거래 채권자들의 우려를 처리하는데 특히 주력할 것이고,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두바이정부는 지원금 가운데 남은 자금을 현존 채권자들의 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이라고 설명했다.


SFC는 “중앙은행은 UAE 내 지역은행들을 지원할 준비 역시 했다”고 덧붙였다.


아부다비의 두바이 지원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 하락에 내림세를 보이던 이날 각국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두바이 성명 발표 직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일본 증시 역시 하락폭을 좁혀나가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와 상하이 종합지수, 대만 가권지수 역시 모두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일본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10분 현재 MSCI 아시아퍼시픽 지수는 0.1% 오른 119.80을 나타내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두바이월드 자회사 나킬의 채권가격은 지난 이틀 간 18% 치솟아 달러 당 53센트를 기록 중이다. 두바이월드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면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나킬의 채권 가격은 지난 9일 달러당 45센트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두바이월드를 둘러싼 갖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 보였던 카드가 던져졌지만 사태 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의 제이슨 와트 헤드는 “아직까지 숲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발을 내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부다비가 약속한 지원 금액은 두바이월드의 전체 채무로 추정되는 590억 달러는 물론이고 채무조정액(260억 달러)에 대해서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우려를 모두 잠재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채권자들은 두바이월드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두바이 정부가 보다 확실하게 채권보증에 나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부다비 측은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 직후 ‘두바이 문제에 대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할 것’이라며 포괄적 지원이 아닌 사안별 지원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두바이 사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레버리지에서 비롯된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자산 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부채축소(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는 수년에 걸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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