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도 아니고 중공업도 아니고
수출 실적도 정확치 않아
이공계 붕괴로 인해 인력난 가중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달 26일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 선언 직후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은 급락하는 주가를 보곤 깜짝 놀랐다.
플랜트 산업에 대한 독립된 정의가 없다보니 플랜트 업계는 매번 건설사와 함께 주식가치 평가가 이뤄졌고, 두바이 사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시장에서는 다른 업체와 같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이번 해프닝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올해 2년 연속 400억달러 이상 수주고를 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50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 되는 등 새로운 수출 동력원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플랜트업계는 지위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수주 실적 집계도 없어= 플랜트 산업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용역계약자가 단순히 시공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Engineering)와 구매(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을 일괄제공(Turn-key)하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즉, 일반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산업이라 산업 분류체계 어느 한쪽으로 구분짓지 못하는 주 원인이 되고 있는 것다. 최근 국내외 플랜트 프로젝트의 거의 대부분이 EPC 턴키(Turn-key) 방식으로 발주하는 추세라는 점을 놓고 본다면 플랜트 산업은 그 자체만으로 별도의 산업으로 부각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플랜트업계를 관장하는 부처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으로 나뉘어 부처별 일관 정책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구조로 이뤄졌다.
민간단체도 마찬가지다. 해외건설협회, 플랜트산업협회 등 각종 단체가 있지만 이들이 발표하는 수주 통계자료는 차이가 있어 공식자료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즉, 해외건설협회는 해외 건설ㆍ토목 수주 실적이, 플랜트산업협회 등은 일반 제조업체의 장비 수주 실적이 포함돼 어떤 단체의 자료를 인용하는가에 따라 플랜트 업계 실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통계의 불분명성 때문에 플랜트 업체들은 무역의 날 업체에 시상하는 수출의 탑을 받기가 애매해진다. 수출의 탑은 통관 절차상의 수출 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포함해 실적을 매기는데, 이러한 실적에 컨설팅 등 지식 수출 실적을 어떻게 포함시키는가에 따라 수출 실적이 들쑥날쑥 해지기 때문이다. 괜히 수출의 탑을 받았다가 실적이 과대포장이 되거나 오히려 축소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능력 되는 사람이 없어요"= 지난 20여년간 벌어진 이공계 기피 현상의 피해자는 플랜트업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국내 플랜트업계가 엄청난 성장을 하면서 플랜트 부문에 노하우를 갖춘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입사와 동시에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 직원은 그 수가 한정돼 업계간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인력이동이 거의 없어 경력직원 구인 광고를 수달째 걸어놓은 기업도 많다. 1명의 직원이 2~3명 몫의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돼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한계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업계가 지경부 등 관련 부처에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요청하는 이유다.
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당장 경력직원 1000명만 뽑을 수 있다면 업계는 더 많은 수주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공계 졸업생들이 많아도 능력이 기업이 원하는 기준에 비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쉽게 사람을 뽑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지난 2007년 정부 주도로 플랜트 산업을 별도의 산업으로 분류해 지원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양한 플랜트산업 지원책 마련을 위해 산업 분류체계의 변경이 시급하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단일 산업에서 연간 수출 500억달러를 달성하는 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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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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