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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애플스러운 KT

[아시아경제 김진오 기자] 지난달 말 국내에 선보인 애플의 '아이폰'이 1주일만에 6만5000대를 판매하는 등 '스마트폰 광풍'을 이끌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애플과 KT간 아이폰의 수급시스템이 삐걱거리는 바람에 아이폰 단말기 배송과 개통에 지연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한 예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어렵게 아이폰을 손에 쥐어도 사용법 등이 쉽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는 아이폰과 관련한 고객들의 불편사항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구매를 취소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원 등 일부 시민단체내에서는 불매운동 등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화들짝 놀란 KT는 기업블로그인 '올레KT'와 아이폰 온라인 판매처인 '폰스토어'에 사과문까지 싣고 적절한 보상과 함께 개선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만섞인 민원은 수그러들기는 커녕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고객들의 불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약판매를 통해 아이폰을 구매한 황모씨(33)는 "휴대폰 정식 사용을 위해 개인 인증을 받는 작업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면서"아이툰즈(i-tunes)를 PC에 다운받아 휴대폰에 유심(USIM) 칩을 꼽고 PC와 연결해야 작업이 필요한데 매뉴얼 어디에도 그런 설명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의차 아이폰 전용고객센터와 연결을 시도해도 한 시간 이상 기다리다 보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답답한 나머지 일반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여기선 잘 알지 못하니, 아이폰 전용센터로 전화하라"는 상담원들의 무성의한 답변만 들을수 있을 뿐이다.


일부 고객들은 아예 아이폰을구매한 직후 직영매장을 방문하지만 대기시간만 2시간 이상 걸려 이 역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혁신을 내세우는 KT답지 못하다'거나 'KT가 아이폰을 팔면서 애플사 행태를 닮아가는 것 아니냐'하는 뼈있는 지적도 들린다. KT가 아이폰 출시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도 정작 소비자들의 편익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얼마전 미 경제지 포천지가 '최근 10년의 최고경영자(CEO)'로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를 선정하면서도 "잡스는 가장 혁신적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했지만 동시에 비밀스럽고, 거칠고, 거만한 CEO"라고 꼬집은 대목이 떠오른다.


KT가 아이폰 카드를 승부수로 꺼내들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도의 고객마인드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인듯 싶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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