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두바이 국영개발업체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전세계 자산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이틀째 이어졌다. 두바이의 위기가 미국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금융권에서 부동산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 미 상업용부동산, 울고 싶은데 뺨맞은 격= 27일 로이터통신은 두바이의 위기가 이미 취약한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각지에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두바이월드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헐값에 이를 매각할 경우, 전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로치데일 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 리차드 보브가 이같은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날 다우존스 미국 부동산지수 DJUSRE는 전거래일 대비 2.9% 하락했다. 이미 2007년 고점 대비 42.9% 가격하락세를 기록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내에는 두바이월드가 투자한 호화 리조트, 휴양지 등 부동산이 여럿 존재한다. 호텔 및 카지노 서비스 제공업체 MGM미라지의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는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이피니티개발은 85억 달러를 들여 시티센터, 라스베이거스 내 대형 휴양지 등을 조성 중이다.
두바이월드의 또 다른 자회사 나킬은 뉴욕 W호텔,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등에 투자하고 있다. 퐁텐블로 마이매미 비치리조트의 지분 50%도 이 업체 소유다. 두바이월드 자회사 사모펀드 이스티스마르는 지난 2007년 뉴욕 바니스 백화점을 8억2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리얼에스테이트이코노믹스의 샘 챈든 이코노미스트는 "두바이월드로 인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그 타격이 전염성을 띈다는 것"이라며 "위험이 금융권을 넘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섹터로 광범위하게 침투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업용부동산, 특히 카지노 등 휴양지에 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날 미국 카지노 업체들은 뉴욕증시에서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MGM미라지, 윈리조츠, 피나클 엔터테인먼트 등의 내림세가 특히 두드려졌다.
◆ 주식·금·유가 일제 하락= 시장은 여전히 두바이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다만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낙폭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날 미국 증시는 두바이월드 모라토리엄 선언의 여파로 1% 이상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1.48%, 나스닥과 S&P500지수는 각각 1.73%, 1.72%씩 내림세를 기록했다. 두바이의 주채권 금융기관은 유럽 은행들로, 미국 은행권이 입을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장후반 반등이 이뤄진 결과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채권가격은 올랐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이날 10년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9bp내린 3.21%를 나타냈다. 수익률은 장중 한 때 3.15%까지 떨어지며 10월2일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연말 윈도드레싱 효과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저금리 정책이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고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시장은 폭락과 반등을 번갈아 기록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장초 두바이 쇼크로 유가와 금값은 5~7%씩 급락했으나 긍정론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일제히 반등, 낙폭을 줄일 수 있었다. 12월물 금값은 전거래일 대비 1.1% 떨어진 1174.20달러에 마감했고, 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1.91달러(2.4%) 하락한 76.05달러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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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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