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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삼성전자가 지난해에 비해 약 1조2000억원 가량의 현금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현금 보유액을 더 늘린다는 입장이어서 내년 본격적인 설비투자 확대가 가시적이다.
24일 삼성전자와 금융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분기까지 총 8조358억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말 6조8800억원에 비해 16.8%나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전자 측이 밝힌 일반적인 현금보유고는 6조~7조원. 평년 대비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더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섰던 것이 현금성 자산 확대의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 연말까지 현금보유고를 더욱 늘려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무려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이후 꾸준히 연간 8조원 이상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줄여 올해 투자액은 5조63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연간 설비투자금액이 6조원을 하회한 것은 연결기준 실적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현금보유고가 충분한데다 시황 개선도 가시적이어서 내년 투자금액은 다시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까지 설비 투자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총 8조5000억원 수준의 내년도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모리반도체 관련 설비에 총 5조5000억원 이상을, LCD 패널 생산설비에 3조원 이상의 투자를 각각 계획하고 있다.
또 지방 생산라인의 수도권 이전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공산도 높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세종시 투자가 구체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현금 확보 목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탄'까지 마련함에 따라 관련업계는 삼성전자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까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들이 반색하고 있다.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다면 산업계 차원의 출구전략 모색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재계는 여전히 대규모 설비 투자를 자제하고 있으나 경기 회복 이후를 대비하는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는 점에 대한 콘센서스는 이미 형성돼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동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면 국내외 장비나 부품소재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며 "전체 산업계에도 적잖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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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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