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국내 2000여개 상장사 중 상당수는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거나 혹은 홀딩스 등의 지주사가 최대주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 외국인이나 펀드가 대주주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신영증권은 자사주가 최대주주다. 자사주(自己株式·Treasury Stock)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 주식을 의미한다.
신영증권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자사주 지분율이 무려 25.80%다. 우선주의 경우 433만여주를 보유해 61.39%라는 절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오너인 원국희 회장 지분이 15.87%, 아들 원종석 사장이 5.35%를 보유 중이다. 친인척 지분율을 모두 더해도 25%에 미치지 못한다.
신영증권 정도의 시가총액(11월16일 기준 약 3370억원)에 오너 일가가 25% 정도의 지분만을 갖고 있다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법도 하지만 25%가 넘는 자사주가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공격을 당할 때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에 우호지분으로 보면 된다.
대신증권도 자사주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0.61%에 달한다. 대신사주조합이 6.70%, 양홍석 부사장이 5.55%, 국민연금공단이 5.5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인 대신송촌문화재단이 0.10%를 갖고 있고 이어룡 회장은 지분율이 0.67%에 불과하다. 자사주를 제외하고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은 단순 계산으로 18~19% 정도다. 좀 부족한 듯 싶지만 자사주를 더하면 약 30%. 안전지역에 들어선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주가 안정 등을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자사주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상법에서는 자사주를 5% 이상 갖고 있지 못하게 돼있지만 상장사의 경우는 특례 조항이 있어 예외적으로 허용돼 규정에 맞춘다면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를 더 매입하는 것은 납득이 간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권 안정 등을 위해 자사주만 자꾸 매입하는 것이 과연 주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볼 과제다. 남는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 등을 통해 나눠주지 않고 주식만 사들여 오너의 경영권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것이 주주이익에 얼마나 합치하는 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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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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