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 남북한 해군함정이 10일 서해상에서 충돌하면서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해교전이라는 돌발 악재로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및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북한 조문단의 방남 이후 해빙기를 유지해온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북관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6.15 및 10.4 선언의 준수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 지난 4월과 5월 각각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및 제2차 핵실험 등의 여파로 불편한 유지해왔다. 다만 최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접촉설이 불거진 것은 물론 이 대통령 역시 기존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가다듬은 북핵 일괄타결방안인 그랜드바겐 구상을 제시하며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북한 역시 그동안의 냉랭한 태도에서 벗어나 남북 및 북미대화에 다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진 남북해군의 서해상 충돌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북미대화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핵심은 제3차 서해교전이 우발적 충돌인지 아니면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이냐는 것. 이번 사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과 변수가 달라진다.
이 대통령은 서해교전 발생 직후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보태세 강화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면서 "특히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0일 오후 1시 30부터 1시간동안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 참석자들과 함께 북한 경비정의 NLL 월선과 교전경위에 대한 보고와 함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정정길 대통령실장,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김성환 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앞서 정운찬 국무총리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서해상 남북교전을 "우발적 충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이 우리 측을 향해 수십 발의 조준사격을 한 점을 감안할 때 도발 의도 역시 배제하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유화국면으로 흐르는 남북 및 북미관계로 체제 이완을 우려한 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계획적으로 충돌상황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이 서해교전 현장에서는 도발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발적이지 않았나 판단된다"면서도 "아직까지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정확히 결론내리지 못했고 계속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추가도발이 없는 한 남북한 교류협력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해교전 당일인 10일 오후 개성공단을 오가는 경의선 육로통행은 물론 개성공단에서의 생산활동 역시 별다른 차질이 없었다. 다만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한 보복 등 추가도발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란상황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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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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