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북한이 외화 부족을 시달리고 있을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상당한 규모의 회화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지난달 열린 제1회 ‘KDI북한경제연구포럼’에서 발표한 ‘북한의 2000년대 외화수급추정’ 논문 초고를 통해 “북한이 지난 2000~2008년간 거의 매년 공식적인 외화수지에서 흑자를 시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무기거래 수지와 불법수입을 더하면 최종적인 외화수급에서 상당한 흑자를 거두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코트라(KOTRA)의 ‘거울통계’에 의하면 북한의 지난 2000~2008년 누적 상품수지 적자는 90억 달러를 넘는다.
이를 두고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외화수요 충족을 위해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 외에 무기거래, 마약 및 위조지폐 생산·유통을 통해 상품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으나, 오히려 “북한이 대외거래만으로도 상품교역 적자를 충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장 교수 주장의 요지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북한은 2002년 10월 제2차 북핵(北核)위기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가 강화된 2003년 이후엔 무기 수출과 마약, 위폐 등의 불법행위도 줄여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북한 정권이 생존에 필요한 외화가 그리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태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위험한 거래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단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08년 북한의 무기거래와 불법행위가 국제사회의 제재와 감시로 대폭 감소했고, 또 남한이 비료 무상지원과 쌀 차관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외화수급이 상당한 흑자를 봤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인건비가 비싸고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서방선진국의 미사일 및 핵 개발 비용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미사일, 핵실험 등에 필요한 장비 구입 등에 쓰는 외화가 언론에 보도되는 액수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또 “북한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호화 사치품, 선물 등을 제3국 기업, 외교행낭 등을 통해 비밀리에 반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장 교수는 “북한은 외화부족이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호소해 일정한 성과를 보는 한편 외화 획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했는데, 2000년대 초반 들어오면서 북한의 ‘외화벌이’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당국의 외화 통제권도 일정 부분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당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외화가 북한 내부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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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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