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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 달콤삽싸름한 '첫사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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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 달콤삽싸름한 '첫사랑'의 추억 파인애플 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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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 전이다. 당시 나는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였고, 보통 미국 학생들처럼 학교 기숙사에 살았다. 그리고 마치 흔한 연애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개강 첫 주에 같은 기숙사에 사는 여학생을 만났고,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우린 곧 친한 친구가 됐고,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렇게 두 달 정도 열병을 앓았을까, 나는 내 생일날 저녁에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날 그녀와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 그 장소를 다름 아닌 캠퍼스 근처의 '태국 음식점'으로 정했다.


태국 음식점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외식업 중 하나다. 중식과 일식 다음으로 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동양 요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인들이 태국 요리를 사랑하는 것은 특유의 달콤함 때문이다. 대체로 단맛이 나는 태국 요리는 미국에 와서 더욱 달콤하게 변했다.

또 하나 태국 음식점이 사랑받는 이유는 형언할 수 없는 근사한 분위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국 내 태극 음식점들은 마치 열대림에 둘러싸인 신비롭고 은밀한 태국 사원에 들어선 듯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오리엔탈'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달콤한 음식과 근사한 분위기! 사랑 고백을 위해 그보다 더 로맨틱한 재료는 있을까?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게 그녀와 나는 학교 근처 분위기 좋은 태국식 음식점에 마주 앉았다. 나는 파인애플 볶음밥(카오팟 삽파로드)을 시켰고, 그녀는 그린 커리(갱 끼아우-완)을 주문했다.

'카오팟'은 팟타이와 함께 가장 보편적이면서 인기 있는 태국 요리 중 하나다. 카오 팟은 태국어로 볶음밥이란 뜻인데, 태국식 볶음밥은 재스민 쌀과 바질 향의 독특하면서도 훌륭한 조화가 특징이다. 특히 파인애플과 건포도 등의 달콤함이 바질 향과 어우러져 다른 음식 문화에선 맛 볼 수 없는 감미로운 맛을 낸다.


그린 커리(초록색 카레)는 옐로우, 레드 커리와 함께 태국식 카레 요리 중 하나다. 향신료 냄새가 강한 정통 인도식 카레나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식 카레와 달리 태국식 카레는 매콤하면서도 달다. 그린 커리는 실제로 카레의 색깔이 에메랄드 녹색으로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코코넛밀크가 주는 감칠맛이 또한 일품이다.


[영피플&뉴앵글] 달콤삽싸름한 '첫사랑'의 추억 아이스크림 튀김

태국 요리의 달콤함에 취해 고백의 두근거림도 잊은 채 그녀와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식사가 끝나자마자 나의 심장은 다시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식사 도중 고백을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으니, 밥을 다 먹고 고백을 하라던 룸메이트의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를 마칠 때쯤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고, 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디저트를 또 시켰다.


그날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지금은 후회하지만, 이 디저트를 시켰던 것만큼은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면 덕분에 잊지 못할 맛을 음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주문했던 디저트가 '아이스크림 튀김'이다. 겉 표면은 뜨거운 빵가루 튀김으로 뒤덮여 있고, 안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내 첫사랑의 결말은 아쉽게도 이 디저트처럼 달콤하게 끝나지 않았다. 많은 첫사랑이 희극보단 비극으로 끝나듯이 말이다. 태국 요리가 달콤한 맛으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톡 쏘는 삽싸름함이 있듯, 첫사랑도 항상 달콤하지만은 않다.


그러다 한 달쯤 지났을까. 고백에 실패한 뒤 처음으로 그 음식점을 찾았다. 괜히 멋쩍고 부끄러워 한동안 못 갔지만, 중독성 짙은 태국 요리를 잊진 못했다. 생각해보면 첫사랑 또한 그렇다. 달콤삽싸름한 첫사랑의 추억은 그 향기가 강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글= 강기석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강기석 씨는 현재 미국 UC버클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간 기석 씨는 고등학교 2,3학년을 미국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간 중국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 학생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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