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떼 지어 교문 밖을 나오기 시작하는 오후 6시. 대만대학교 바로 옆에 자리한 '공관 야시장(公館夜市)'에선 젊은이들로 활기를 띠는 '하루의 시작'이기도 하다.
'대만의 서울대'로 불리는 대만대학교는 현 총통(대통령)인 마잉주(馬英九) 총통을 비롯해 유명 정· 재계 인사들을 대거 배출하면서 대만 내 최고 명문대로 손꼽히는 곳이다. 최근 타임지(誌)가 발표한 '세계 100대 대학 순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낮에는 공부에 매진하던 '명문' 대만대 학생들도 밤이 되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먹잇감을 찾아 야시장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다.
녹색선 지하철 공관(公館)역 인근에 위치한 공관 야시장은 좋은 지리적 접근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야시장 중 하나다. 밤만 되면 바글바글 모여드는 사람들과 캠퍼스옆 인도에 빼곡히 주차돼 있는 자전거의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한다. 공관 야시장 곳곳에는 즉석 먹을 거리와 각종 쇼핑거리가 즐비하다. 한국에서 수입된 옷과 악세서리 제품들도 다수 눈에 띈다.
이 공관 야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천산딩(陳三鼎)'이다. 부드러운 맛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의 인기 메뉴는 '칭와주앙나이'. 우유와 흑설탕 시럽, 달콤한 버블이 어우러진 음료수인 '칭와주앙나이'는 한때 가게 이름이기도 했다. 가게명이 바뀐 건 유명세를 탄 뒤 우후죽순처럼 '짝퉁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전까진….
처음 '칭와주앙나이'를 먹으러 온 관광객들은 꼬불꼬불 몇 겹이나 늘어선 줄 때문에 기겁한다. "차례가 오긴 오냐?"면서 투덜대는 관광객들도 꽤 있다. 하지만 그렇게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익숙한 손놀림의 직원들이 쉴새 없이 음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대만에 살다보면 가끔 '어쩜 저렇게 줄서기를 좋아할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싸다" "맛있다"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표적인 게 '홍또우삥(紅豆?)과 이란총삥(宜蘭蔥?)이다. '홍또우삥'은 한국의 국화빵과 유사한 즉석 빵으로, 안에는 팥이나 커스터드가 들어있다. 철판요리인 '이란총삥'은 동글동글 말린 모양이 재미있는 과자로, 밀가루· 파· 후추 등으로 맛을 냈다.
이곳 외에 공관 야시장 내 추천할 만한 맛집으로는 '타이이니오나이따왕(臺一牛?大王)'이 있다. 생긴 지 50년 된 이곳은 주말 안락한 기숙사를 나와, 길거리를 헤매게 하는 '원흉'이다. 이곳에선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즈마홍또우탕(芝麻紅豆湯, 새알심 속에 달달한 검은깨가 들어간 팥죽)'과 함께 여름에 제격인 '망궈니오나이빙(芒果牛??, 망고빙수)' 등이 일품이다.
공관 야시장 안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 스포츠용품 매장도 줄지어 늘어서 있다. 여기선 옷이나 운동화를 백화점보단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양껏 먹은 뒤 운동 겸 하는 '알뜰 쇼핑'은 공관 야시장이 갖는 '또 하나의 재미'다.
글= 김모현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김모현 씨는 대만 정치대학교 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외국인 최초로 FM '정대의소리'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영화, 음악,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대만금마영화제 등 영화제 관련 통· 번역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만 NHN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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