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신종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의 확산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국지적으로 마스크와 체온계 등 의료기기 판매량이 늘어 관련 산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고, 또 일부에선 신종플루에 따른 휴교 조치로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게임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약업체나 인터넷 쇼핑과 함께 게임업체 등의 수익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경제 전반적으로 볼 땐 신종플루의 확산이 소비자들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
실제 신종플루 감염 우려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면서 여행업과 음식숙박업, 유통업, 학원업, 영화관 등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2.9%로 7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3.4분기와 비교할 때도 0.6% 오른 것으로, 우리 경제가 1년 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교육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분기대비 0.1% 줄어 10년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평균 1.5% 내외의 성장세를 보였던 교육서비스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데는 신종플루 확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 측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많은 경제 전문가들도 “신종플루 감염 및 사망자 수가 급증해 이른바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거나 변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이어질 경우 서비스업 수요 감소를 넘어 제조업 생산까지 줄어들어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 최근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 우리나라의 GDP가 최대 7.8%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종플루의 가장 큰 피해를 본 영국의 경우도 1.5% 가량의 GDP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 역시 소비심리 위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아직은 그 피해 정도가 크지 않지만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신종플루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제 막 회복되기 시작한 세계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건 좋지만 경제에 주는 악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신종플루가 얼마나 더 확산되고 지속될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키 어려운데다, 과거 전 세계적인 독감 대유행 때와 비교할 때 급격한 경제적 변화를 언급하는 건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준 1968년 홍콩 독감의 경우 140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했고, 이보다 앞선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사망자가 7110만명이나 됐다.
그러나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당시보다 나아진 방역 및 위생환경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에 힘입어 지난 25일 현재 5712명 수준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전하고 있다.
특히 경제지표상의 측면에선 신종플루가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는 대신 해외여행을 자제시켜 다소간의 내수 진작과 함께 여행서비스수지 적자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즉,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종플루가 확산되지 않는 이상 경제엔 큰 충격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현재로선 신종플루가 경제회복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종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질병 확산의 정점으로 예상되는 올 겨울이 지나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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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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