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의구심+연말 쇼핑시즌 불안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1만선을 무너뜨린 반면 유로·달러 환율은 14개월 만에 유로당 1.5달러를 넘어섰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80달러 안착을 넘어 장중 82달러를 터치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유가 강세, 달러 약세가 모두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낳은 결과라고 하지만 주식 역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긴 마찬가지다.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빚어낸 결과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 연준은 베이지북을 통해 소비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밝혔다. 연말 쇼핑시즌이 임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지적이다. 유가가 강하게 반등했다는 점에서 투기 역시 의심된다.
마감 직전 1시간 동안에는 뉴욕 증시는 투매에 가까운 급락장세를 연출했다. 다우지수와 간격을 더 벌린 5일 이평선의 기울기가 우하향으로 꺾였고, 일봉상 긴 위꼬리가 달린 음봉이 형성됐다. 종가는 거의 저가와 일치했다. 기술적으로 추가 하락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치데일 증권 리처드 보브 애널리스트는 이날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힌 웰스파고에 대해 '매도'하라고 조언해 장 막판 투심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보브는 웰스파고가 모기지 부문 수수료 때문에 15센트, 세제 혜택 때문에 2센트의 주당 순이익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웰스파고가 밝힌 주당 61센트에서 이 부분을 빼면 주당 순이익은 44센트인 셈. 그래도 월가 예상치 39센트를 넘어선 것이지만 현재 공식적으로 드러난 월가 실적 예상치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 순이익 증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소비 위축 우려도 장 막판 투매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위축돼 있다는 연준의 진단 외에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힘겨운 연말 쇼핑시즌이 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2.07% 하락했다. 월마트가 힘들다고 할 정도면 다른 소매업체 역시 힘겨운 연말을 보내게 될 것이다.
달러 인덱스가 한때 75선을 무너뜨리며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인 74.940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 약세와 이에 따른 유로 강세는 또 다른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유로 강세가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별 조언자인 앙리 구에노는 지난 20일 파리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유로당 1.5달러의 환율은 유럽 경제와 제조업에는 재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마이클 울포크 뉴욕 멜론은행 이사는 "유로당 1.5달러선은 심리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연말까지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55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퍼트남 인베스트먼츠의 프레쉬 우파드야야 선임 부사장도 "향후 3개월 안에 유로·달러 환율이 1.5달러 중반까지 가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15일 사상 최고인 유로당 1.6038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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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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