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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회장 “채권단에 밀리지 않겠다” 최후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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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구조조정 통해 생존 반도체 방안 모색
동부하이텍 농업 부문 버리고 동부메탈 끌어안기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9일 동부그룹이 발표한 구조조정안은 김준기 회장이 자체 구조조정안을 통해 더 이상 채권단과의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라 관심을 끈다.

동부그룹은 이날 오후 ▲김 회장의 3500억원 사재 출연을 통한 동부메탈 지분 50% 인수 및 잔여 지분 상장 ▲동부하이텍 농업 부문 매각 및 유화와 반도체 부분 부동산 매각을 통한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 재무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자체적인 구조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나 가격 차이로 평행선을 긋고 있던 동부그룹은 지난 9월 중순경 산업은행과의 협상을 중단한 후 한달이 채 안돼 독자적 구조조정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동부메탈 매각을 놓고 산업은행은 동부메탈 100%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4000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동부그룹측은 7000억원 이상을 받아야 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협상중단이 선언된 후 동부그룹이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의 경과를 놓고 볼 때 김 회장으로서는 사실 동부메탈의 손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었다.


◆“기업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기업 평가하나?”= 김 회장은 지난 7월 1일 충남 당진 동부제철 전기로 공장 가동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 공무원 등 기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기업을 다 아는 것 마냥 무책임한 말과 행동을 던져 기업가의 생명인 도전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동부메탈의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는 채권단 관계자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동부메탈은 처음 기술을 배우려고 고생 많이 했고 적자를 메워서 부도를 막아 지금까지 왔으며, 밑바닥 기술에서 이제는 세계 제일이 됐고 회사 가치도 높아졌다”면서 “팔더라도 나중에 우리가 다시 사올 것”는 말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회사를 채권단에 헐값에 매각한다는 것은 기업인의 자존심으로서는 도저히 허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0%만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산업은행측이 동부메탈의 가치를 얼마나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를 시장을 통해 심판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동부그룹은 마치 최근의 상황이 그룹 전체가 재무구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는 기업은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 하나 뿐이며 이는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은 유동성의 문제는 없으나 사업초기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고 누적손실이 커서 부채비율과 손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재무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이라는 1개 계열사에 국한해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 회장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동부메탈을 끌어안는 대신 그룹의 주축사업이었던 동부하이텍 농업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지만 그는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를 위해 철강과 반도체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내겠다는 뜻을 실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이번 구조개선안이 예정데로 진행될 경우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의 부채 규모는 현재 1조90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은, 동부 발표에 당황, 일단 동의= 이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김 회장이 연말까지 대주단과의 약정을 지킬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문제되지 않는다”며 동부그룹측의 발표해 사실상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이 대주단과 약속한 대로 연말까지 지급이자 없는 자금 9000억원을 유치한다면 반드시 동부메탈을 외부에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2007년 말 산업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 만기를 2012년까지 5년 연장하는 대신 올해 말까지 9000억원의 자구책을 마련키로 약정을 맺은 바 있다.


다만 또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에서 추진하는 내용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좀더 짚어봐야한다”면서 “언론에 발표하는 내용과 채권단과의 협의 사항은 다르기 때문에. 좀 기다려야 한다”면서 이날 동부그룹측의 발표에 대해 적잖이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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