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2년 전만해도 유럽의 경제 성장 속도는 미국보다 빨랐고, 장기적으로 유럽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나서 아시아와 미국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제자리를 찾고 있지만 유럽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선임이코노미스트 길레스 모에크(Gilles Moec)는 "일보 후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융위기 이후에 유럽의 미래에 좁은 골목길이 놓여 있다며 유럽의 생존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당선 이후 프랑스 경제를 회복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우파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로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운영했고, 노조와도 대립각을 세우며 마찰을 빚었다.
국제통화은행 연구모임의 대표 찰스 위플로즈는 "예전의 사르코지의 모습을 이제 찾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르코지가 프랑스 경제의 성장을 원한다면 당선초기 추진했던 정책들을 지금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기가 그의 정책을 돌려놨다"고 말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마찬가지다. 메르켈 총리도 더 이상 노조나 지역의 은행들과 다투는 일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제너럴모터스(GM)의 독일 자회사 오펠(OPEL)의 매각 문제에 있어서는 고용을 보장하라는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올해 각국 정부가 내세운 중고차 현금보상제(cash-for-crunkers)로 인해 서유럽지역의 내년도 자동차 판매는 내년에 5~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 수장들이 시장의 시스템에 따르지 않고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논리다.
◆ 금융권 개혁 부진 = 비단 정부 정책과 자동차 산업 등 일부의 문제는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지역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가 미국에서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벨기에 정책연구소의 연구원 니콜라스 베론은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에 설상가상으로 스페인과 아일랜드, 발틱 국가들의 대출 부실로 인해 금융위기가 어느 지역보다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은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일본에서 나타난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일이 유럽지역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몬 존슨 MIT교수는 "유럽은 패자"라며 "금융위기의 주범은 미국이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유로존"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도 아직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고, 주택소유자들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정부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럽의 상황은 미국보다 더욱 좋지 않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유로존의 경제 전망이 밝아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단지 유럽의 금리가 미국보다 소폭 높기 때문이다. 유로화 강세는 유럽국가의 수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럽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세계에서 유럽지역 수출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에서 유로존의 비율은 2004년 31%에서 지난해 28%로 줄었다. IMF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그리스의 경제는 2010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무대 영향력 줄어 = 무역 비중이 줄면서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다. 1970년도 중반 시작된 G7의 이제 신흥시장이 참가한 G20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은 "중국과 미국을 G2로 부르기도 하는데 유럽연합(EU)이 G3로 참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존 국가들이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에 미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 고령화·생산성 악화가 발목 잡아 = 유럽 인구의 고령화와 생산인력의 부재도 유럽연합의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유럽지역의 인구는 1억8850만 명. 25년 뒤에는 이보다 0.7% 늘어난 1만8980만 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유엔의 연구결과다. 같은 기간에 미국 인구는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보상을 확대해서 생산성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는 일부 효과가 있었지만 지난 10년을 살펴보면 유럽지역에서 생산성은 불과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1.7%늘어나는 나은 모습을 보였다.
가장 더딘 회복 속도를 보이는 유럽지역의 경제가 장기적으로 희망적인 신호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 유럽이 경제 성장 해법은 어떤 경제학자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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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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