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홍권삼] “가능하면 자전거로 출퇴근해야 합니다.”
자전거 매니어인 최병출(44·교사·대구시 침산동)씨가 말하는 자전거 생활화의 ‘비결’이다. 그는 “자전거와 친해지려면 반드시 출퇴근 때 핸들을 잡으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생활필수품 같은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6일 오후 퇴근 길의 최씨를 신천둔치에서 만났다. 그는 자전거복이 아닌 점퍼 차림이었다. 구릿빛 얼굴을 예상했지만 이도 빗나갔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거의 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별명은 ‘지구 한 바퀴’다. 지난 7월 2일 그의 자전거 주행거리가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4만㎞를 돌파해서다.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 회원 2000여 명 중 처음이다. 최씨의 자전거에 부착된 주행기록계는 이날 4만2937㎞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이었다. 대구 경구중 교사인 최씨는 교사 교류 프로그램에 따라 대구여중(현 대구일중)에서 1년간 일했다. 학교가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여서 자전거로 통근했다. 이후 자전거 타기에 재미가 붙었다고 한다. 주행거리를 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6월 20일. 인터넷에서 수업 시간에 활용할 자료를 찾다가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대구의 환경단체인 ‘맑고 푸른대구21 추진협의회’가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자는 취지에서 벌이는 운동이다.
이날 이후 그는 하루 평균 40∼50㎞를 주행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출퇴근 길 15㎞ 외에 신천둔치 등을 누비며 자전거 타기에 몰두했다. 3년간 자전거를 타면서 알레르기 비염증세가 호전됐고 체중도 10㎏이나 빠졌다고 한다.
그는 자전거에 주행기록계를 부착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주행거리를 보면서 더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만보기를 차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씨는 “자전거로 하루를 시작해 자전거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옷차림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꼽는다. 바쁜 시간에 자전거복 차림으로 출근했다가 정장으로 갈아입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직장에 샤워시설이 없다고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으면 영원히 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여름철엔 출근 시간을 앞당기면 어느 정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전거용 헬멧은 반드시 착용하라는 게 그의 충고다. 헬멧을 쓰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더 신경을 써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하루 평균 30㎞를 운행한다. 집에서 신천둔치를 거쳐 중구 남산동의 직장까지 출퇴근하는 거리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면 학교까지 50분 가량 걸린다. 아쉬운 점은 도심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자전거 이용자가 늘면서 차량 운전자의 의식이 이전보다 많이 나아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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