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전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1700선을 돌파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기침체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뉴욕증시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의 호조에 힘입어 국내 증시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사자 행렬에도 불구, 기관들과 개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코스피는 1700선을 지키지 못한 1695.47p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주 들어서 외국인은 KOSPI시장에서 2조 2,000억원을 넘게 매수했는데 이 중 대형주만 2조 1600억원을 매수했다. 반면 중형주는 428억원, 소형주는 46억원을 매도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형주들에 외국인투자자들의 '편애'(偏愛)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존 주도주였던 자동차와 IT주 보다는 금융과 철강금속, 운수창고, 통신 등 외국인이 최근 비중을 확대하고 나선 업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승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 시장 접근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소수의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면 최근의 접근은 시장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 한국 시장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한국의 경기호전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은행 등 금융 업종의 비중을 9월 이후 크게 높인 것을 그 근거로 들수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하락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되는데 외화 부채를 안고 가는 운수창고와 환율 하락으로 위험 익스포져가 작아지는 은행이 순매수 타깃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최근 가파른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에 의존해 향후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해외시장 강세, 달러화 약세, FTSE 선진국지수 편입 등 삼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지고 있지만 상황이 변화할 경우에도 최근과 같은 강도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다우지수가 Round Number인 1만선을 2% 가량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동지수대에서의 저항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외국인이미국증시와 연동된 매매패턴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증시가 단기 조정양상을 보일 경우 우리시장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달러화 약세흐름도 글로벌 각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일방적으로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 대내적으로도 KOSPI 1700선의 저항과 단기상승의 부담, 지속되는 펀드환매 등을 감안하면 일단 주변상황의 움직임을 다시 한번 판단해보는 차원에서도 단기 트레이딩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시장대응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최근 경기침체가 극심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와 유사했던 외환위기 이후(1998년 3월~1999년8월), IT버블 이후(2000년 12월~2002년 4월) 경기선행지수 상승 중반 국면을 분리해서 볼 필요도 있다. 평균 초과수익률과 확률을 고려할 때 증권, 보험, 음식료, 은행, 종이/목재, 건설, 화학 업종 순이다. 이들 업종은 2번의 구간에서 모두 KOSPI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중 보험, 증권, 음식료, 건설, 화학 업종은 전체 경기회복의 중반 국면과 극심한 침체 이후 경기회복 중반 국면에서 높은 초과수익률과 확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는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망된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외국인 매수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예상외의 지수 반등이 연출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최근 시황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세 방향의 잣대가 현물매수라는 기존 의견을 고수하며 KOSPI지수의 마디 지수인 1700선에 대한 심리적 저항과 기관 매물로 인해 일시적으로 출렁일 수 있겠지만 추가적인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다.
다만 외국인 매수가 인덱스 성격으로 변화할 경우 특정 종목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최근 기관이 IT 등 일부 업종이나 종목으로 집중적인 매도세를 펼치고 있어 해당 종목의 반등 탄력은 약화될 수도 있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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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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