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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천국' 베네수엘라, 수입국 전락 위기

베네수웰라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커피 수출국에서 수입국 될 전망

앞으로 베네수엘라산 커피를 점점 마시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한때 커피 생산국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베네수엘라가 차베스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커피 수입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90세인 베네수엘라의 돈 루이스 파파로니는 1920년대 베네수엘라가 커피생산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가 그립다.


베네수엘라 안데스 지역의 마을인 산타크루즈 데 모라에 살고 있는 그는 근처 언덕을 손으로 가르키며 “한 때는 여기가 온통 다 커피밭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며 아쉬운 한숨만 쉬었다.

그는 한때 자신의 마을에서 키운 커피가 뉴욕으로 수출될 때마다 큰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곳 마을사람들은 주정부서 지어준 커피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석유산업에 온통 집중을 하느라 커피산업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지만 커피 생산자들은 “정부의 어설픈 참견이 오히려 커피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 달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최대 로스터(커피 굽는 곳)인 '파파 데 아메리카'와 '카페 마드리드' 두 곳에 대해 투기 및 밀수죄를 적용, 가동을 중단시키고 재산을 몰수했다. 베네수엘라 커피의 80%를 책임지던 로스터가 사라지자 커피생산자들은 대 혼란에 빠졌다.


커피 생산 농가들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며 “차베스의 독재와도 같은 이런 행동이 지긋지긋하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도 베네수엘라 커피 농가들이 이런 종류의 정부개입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을 것"이라며 이러한 커피생산 관련 재산압류나 토지정리 사업 등이 커피 생산국으로의 베네수엘라의 입지를 줄어들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비효율적인 가격정책도 커피생산을 악화시키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밀수업자들은 점점 많은 양의 커피와 다양한 물품들을 해외로 밀반출시켜 국제 거래가에 팔아넘기고 있다. 한 커피 농가의 주인은 “누가 콜롬비아커피보다 2배나 3배 비싼 가격에 커피를 사먹겠냐"며 "이런 상황에서 밀반출이 안 일어나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을 꼬집었다.


안데스 지역에 여러 개의 커피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마리아 마르셀리나 차콘은 최근 농장 사업을 정리할까 고민하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이 곳 농장은 전국서 10번째로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지나친 시장가격개입으로 현재는 인건비도 안 나오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베네수엘라는 원유가격 상승 영향으로 곡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전 농업부 장관 히람 가비리아는 “베네수엘라의 주요 식료품 가격이 10년 전 비해 이미 4배 이상 폭등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커피는 오랫동안 베네수엘라의 효자수출상품이었지만 그 입지는 점점 흔들리고 있다. 한 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베네수엘라 커피는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베네수엘라의 커피 생산량은 올 초부터 현재까지 4만5000톤으로 베네수엘라 내 커피 1년 소비량인 7만 톤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베네수엘라는 조만간 커피를 수출해야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베네수엘라의 주요 수출품이었던 카카오도 1920년대 이래로 정부가 석유산업 성장에 집중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잃고 오히려 수입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최근 인도도 몬순기후 영향과 설탕 생산량 급감으로 설탕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할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도국내 설탕수요를 만족시키려면 상당한 양의 설탕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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