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총선에서 54년간 일본 정계를 지배해온 자민당을 누르고 역사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민주당 호(虎)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정권교체를 선언한 첫날부터 주식시장은 냉온탕을 넘나들었고,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공약을 놓고 기업과 서민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는 전 민주당 대표를 지낸 상왕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버티고 있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가 제대로 국정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고 있다.
총선 다음날인 31일 도쿄 증시에서는 닛케이225 지수가 한때 연고점을 찍었지만 이날 달러화에 대해 92엔대 중반까지 오른 엔화 강세로 하락 반전해 향후 정국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착상태를 나타냈다.
한편 기업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내세운 서민생활지원 위주의 정권공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들은 아동수당 지급을 중심으로 한 저출산 대책이 육아와 교육관련 산업 활성화에는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온실가스를 1990년에 비해 25% 삭감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에 대한 부담감에 자동차 업계의 경우 휘발유 차 판매 부진을 우려해 해외로 이전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공약도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상공회의소의 오카무라 다다시(岡村正) 회장은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시행하지 않으면 대기업보다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고용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제조현장에 파견근로자 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안에 대해 기업들은 "생산이 회복돼도 고용을 유연하게 늘리지 못하면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야마다 히사시(山田久) 수석 연구원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도 기업에 자유가 없으면 고용기회가 해외로 나가 오히려 고용이 없어진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이처럼 고조되고 있는 한편에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승으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오자와와 하토야마 간의 기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308명의 민주당 중의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50명이 '오자와 칠드런'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당내에서는 하토야마가 국정운영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자와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세력과 "오자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향후 정국 안정을 위해서라도 당내 분열을 잠재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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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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