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역주의 극복
정치적 반사이익 소멸 새정치문화 기대
차별 개발독재 산문 '호남소외' 벗어나야
"개헌은 국민통합 위한 근원적 처방" 주목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그의 뜻과는 달리 ‘빨갱이’라는 굴레와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팠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0년 11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박정희씨의 최대의 죄악, 영원히 역사에 용서받지 못할 죄악,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죄악은 이 지방색의 조성이다”고 말했다.
지난 1971년 대선 당시 박정희 후보 측은 "이런 사람이 호남대통령은 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공격했다. 또 선거 직후 군부집권세력은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지역주의 극복 없이 정치발전 없다는 담론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20년 넘게 한 사람에게 90% 넘는 몰표를 던졌다는 것은 지역주의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표가 적은 지역은 지역주의를 조장해서 대결하면 무조건 불리하다.
무슨 이득이 있다고 DJ가 지역감정을 조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권 이전의 호남의 정서는 지역적 패권적 지역주의가 아니라 저항에 가까웠다.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지역차별과 개발독재의 폐해는 호남의 소외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로 인한 최대 피해자이자 또 최대 수혜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수혜를 입고 대통령이 됐다면 응당 지역주의가 만연돼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당시 영남에서는 ‘DJ로 인해 호남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호남에서는 ‘우리가 죽도록 DJ를 밀었는데 우리에게 남는 게 무엇이냐’라는 불만이 되레 많았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사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지역 감정이 많이 해소됐다. DJ가 당선되면서 외환위기도 더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었고 당시 한국 사회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이제 호남이든 영남이든 지역주의가 엷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점은 다소 다르지만 정치공학적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정치 문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나 ‘반(反) DJ 정서’를 정치적 동력으로 활용해 온 여권, 특히 그의 언행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단결해 온 영남과 보수우익진영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더 이상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평생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노력해 온 그의 유지는 어떻게 계승할 수 있을 것인가?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협회 회견에서 "정치 개혁의 최종적 완결은 개헌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며 "개헌이야말로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27일 "청와대발(發) 선거구제 개혁 주장은 ‘다가오는 심판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라고 비난했다. 이 교수는 “유신 체제와 5공화국 시절에 중선거구를 택해서 여야 동반당선을 가능하게 했다.
대통령 간선제와 중선거구제는 권위주의적 정부를 포장하기 위한 ‘화장(化粧)’이었다”며 “김영삼과 김대중이란 걸출한 정치인이 야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타파할 수 있었음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바"라고 꼬집었다. 이제 지역주의 극복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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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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