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원로 소피아 로렌은 1982년 소득세를 회피한 혐의로 나폴리 교도소에 17일간 복역한 적이 있다. 세계 3대 테너였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모터바이크 챔피언을 8번이나 차지한 발렌티노 로시도 이탈리아 세금당국의 조사를 받은바 있다. 파바로티는 처벌을 피했지만 로시는 피하지 못했다.
최근 그 파장이 '아그넬리'에 튀었다. 아그넬리는 피아트자동차를 운영하는 유럽 최고 부자 가문 중 하나다. 이번주 이탈리아 세무당국은 2003년 별세한 피아트 그룹의 회장 지아니 아그넬리의 재산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의 딸인 마르게리타 아그넬리 드 팔렌은 법원에 출두해 스위스 은행에 있는 밝혀지지 않은 아버지 자산에 대한 해명 요구받았다.
조사 대상이 아그넬리에만은 아니다. FT는 이 때문에 이탈리아 부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세청은 17만명의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 대부분은 스위스은행에 비밀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틸리오 베페라 국세청장은 "해외에 불법적으로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방위 수사를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페라의 이같은 발언은 8월 이탈리아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일인 '페라고스토(ferragosto)'를 기다리며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얻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후 어려운 상황속에서 국세청이 두개의 은행을 급습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고 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탈세에 관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정부와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비밀계좌를 보유한 5만2000명의 미국고객명단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포괄적인 수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150명을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도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과 협상을 통해 탈세협의가 있는 영국 부자들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정부는 자발적으로 영국 세무당국에 알리는 고객에게는 벌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리히텐슈타인은 독일과 세금회피문제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부자들이 세금 포탈을 피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고루 사용하고 있다. 그는 기업이나 재벌들의 탈세를 막기위해 조세피난처를 탄압하기 위한 국제적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은행들이 자본비율을 높이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탈리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탈리아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헛수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은행 방카 몽트 데 파르시 디 시에나(bancamonte dei paschi di siena)의 마르코 모렐리 최고회계담당자(CFO)는 "2차대전 이후로 이탈리아 기업가들은 평균적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기업에 다시 투자하지 않고 스위스 비밀계좌에 보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이 돈이 되돌아 오는 것"이라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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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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