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각국 정부가 조세피난처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특히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이 자국에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인 은행계좌 정보를 영국정부에 넘기기로 약속하면서 스위스 등 주변국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히텐슈타인과 영국은 18개월간의 논의 끝에 11일(현지시간) 조세 정보 교환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협정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효력을 가지며 협정에 따라 영국 정부는 리히텐슈타인 은행들에 은닉돼 있는 비밀계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정부는 리히텐슈타인에 총 23억 유로 규모의 5000여개 개인과 기업 비밀계좌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금포탈의 가능성도 봉쇄했다. 협정에 따르면 리히텐슈타인 정부는 세금을 미납한 영국인 고객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만약 영국인 고객이 세금을 냈다는 것을 증명해내지 못할 경우 계좌를 폐쇄할 수도 있다.
두 나라는 이 협정이 향후 다른 국가들 간에 맺어질 조세 정보 교환 협약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티븐 팀스 영국 금융담당 재무차관은 “이번 협정은 세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리히텐슈타인이 계좌정보 공개를 약속한 것은 지난해 12월 미국과의 협정 이래 두 번째로 리히텐슈타인은 지난 달 초 독일과도 비슷한 내용의 논의를 시작했다.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조세정보 공개 협약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리히텐슈타인의 이같은 행보는 또 다른 세금 회피처로 지목되는 스위스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위스 내각은 전날 스위스 대형은행 UBS의 미국인 고객 정보 공개 문제를 놓고 특별 회의를 가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스위스 정부가 곧 금융정보 공개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UBS는 현재 미 정부로부터 150억달러의 탈세 자금을 UBS 계좌에 은닉한 의혹이 있는 미국인 고객 5만20000명의 금융 정보를 제공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미 이에 대해 일정 부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이처럼 조세회피처 흔들기에 안달난 것은 사상최대 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재정적자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2009회계연도 재정적자가 회계연도 시작 10개월만에 1조3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증세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도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소득 15만 파운드를 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등 세금 쥐어짜내기에 혈안이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