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20일째 매수세 지속하나 탄력 약화..당분간 숨고르기 불가피
코스피 지수가 16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다.
외국인이 20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지수 역시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별다른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에 기대하는 부분이 큰 만큼 외국인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기관의 경우 도무지 체력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 오전 11시 현재 기관은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매수세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매도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펀드 환매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7일 연속 주식형 펀드 자금에서 하루 평균 약 1250억원(ETF 제외)이 빠지고 있다"며 "기관의 자금여력이 없는 만큼 펀드 환매가 일단락되기 이전에는 체력 회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매물대가 지속적으로 대기하고 있고,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을 확정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어 펀드환매가 당분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펀드 환매는 개인들의 투자심리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랠리를 지속하기는 했지만 대형주 위주의 상승장이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것. 여기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증권가에서조차 '매수'를 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오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직접투자 자금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고객 예탁금은 지난달 28일 이후 줄곧 14조원대에 머물며 오히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돼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기관의 체력 회복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역시 여전히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믿을 곳은 외국인밖에 없는 셈이지만 외국인의 눈에 띄는 매수강도 약화는 우려할만 하다.
외국인의 경우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유지하며 지난 1998년 이후 최장기간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루평균 4000억원을 상회하던 매수강도는 크게 약해졌다. 지난 5거래일간 하루 평균 매수 금액은 1400억원대로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변한 것이 아니라 매수세를 줄이며 숨고르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매도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게 증권가의 의견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상승탄력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이것은 매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빠른 경기회복 등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매력이 있는 만큼 현재 상승탄력을 줄이며 체력을 비축한 후 가격부담을 해소했을 때 다시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펀드 환매가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기관의 매수세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램 매수세 역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미지근하지만 프로그램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지수의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
현물시장이 약세를 보일 경우 이는 베이시스(현ㆍ선물간 가격차)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도한다는 것.
최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탄력이 크게 둔화됐는데 이는 프로그램 차익매매의 활성화로 이뤄질 수 있다"며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장의 완충작용을 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합해보면 외국인들은 매수 강도를 조절하면서 나름대로 체력 비축을 하고, 그로 인해 현물시장이 상대적 약세를 보이더라도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는 큰 조정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0.13포인트(0.01%) 오른 1576.24를 기록하고 있다.
이시각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1040억원의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50억원, 550억원의 매수세를 유지중이다. 프로그램 매수세는 1315억원 가량이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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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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