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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권영수式 '펀경영'에 춤추는 파주 LGD 사업장


운동·산책·게임 맘대로... 공장? 문화센터?
"회사로 오는 발걸음 가볍게 하라" 권영수式 경영철학 곳곳 반영


방진복 틈새로 보이는 눈빛은 불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반짝인다. 유리벽 안에서는 로봇팔이 쉴새 없이 LCD패널용 글라스를 옮기고 있다. 바로 한국 LCD 산업의 산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이다.

최첨단의 파주 공장에는 '사원만족팀'이라는 생소한 부서가 있는데 이 부서의 업무 목표는 오로지 '사원의 만족'이다. 사원만족팀을 만든 것은 권영수 사장의 이른바 '펀(Fun) 경영'이다. "회사로 오는 발걸음을 즐겁게 하라"는 권 사장의 철학 덕에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한 고된 업무 속에서도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24일 찾은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위용을 자랑하는 LCD 패널 생산공장이 멀리 보이는 가운데 오른쪽에는 사원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이 5개 동이다. 단지 내 1만명의 근로자 중 절반 가량이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사원아파트에 올라 공장 전경을 내려다보면 단연 드림파크가 눈에 띈다. 권 사장의 지시로 조성된 드림파크는 2개의 인조잔디구장, 1개 잔디구장, 풋살구장은 물론 농구장과 야구장까지 갖춘 종합 체육시설이다. 공장보다 더 넓은 드림파크의 한 가운데에는 직원휴게소가 있다. 운동을 즐긴 임직원들을 위한 샤워시설이 완비돼 있다.


공장 안에 들어서니 곳곳에 펀경영이 숨어있다. 깨끗한 직원식당 앞에는 매일 점심시간에 마임 등 공연이나 윷놀이 등 식사 후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식사를 마친 다른 직원들은 인근 펀 존(Fun zone)으로 걸음을 옮긴다. 넓게 조성된 펀 존에는 여러대의 탁구대와 농구게임대는 물론 닌텐도의 위 까지 설치돼 있다. 임직원들이 언제든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꾸며진 펀 존에는 휴식을 취하는 직원들이 게임을 즐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최근에는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 유남규 씨를 초청해 권 사장이 직접 시합을 하고 직원들이 탁구를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사원 건강을 돌보는데도 펀 경영이 녹아있다. 공장 내에는 190여평 규모의 헬스장이 갖춰져 있었다. 끼니를 거르기 쉬운 직원들을 위해 점심 저녁을 제공함은 물론 매일 아침 각종 곡물로 만든 선식과 과일을 제공한다. 사원만족팀의 한 직원은 "선식과 과일을 제공하는데만 월 1억원 상당의 비용이 지출된다"고 귀띔했다.


권 사장의 사원사랑이 가장 잘 녹아있는 공간은 바로 공장과 공장 사이에 위치한 만우천이다. 공장 건설 이전에 실개천이 있던 것을 정비해 청계천 버금가는 인공 개천으로 탈바꿈시켰다. 무성한 수상식물들 틈으로 나무로 만든 긴 다리가 놓여져 운치가 그만이다. 긴 천변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그늘에는 독서를 즐기는 직원들도 눈에 보였다. 만우천에 흐르는 물이 공업용수로 쓰인 폐수가 정수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직원이 비치된 사료를 뿌리자마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금새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7세대 생산라인이 깔려있는 공장의 꼭대기에는 유별난 휴게실이 있다. 넓은 창으로 인근 정경이 펼쳐지며 설치된 망원경으로는 멀리 이북 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당초 바이어들을 접대하기 위한 장소였는데 펀 경영을 시작한 권 사장의 지시에 따라 사원들에게 공개됐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펀 경영의 핵심은 바로 직원들이 다니고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30세 미만의 어린 직원이 대부분인 파주공장인만큼 펀 경영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파주=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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