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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신정원 감독 "우뢰매 찍는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았다"(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영화는 감독을 닮는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처럼 폭력적이지는 않겠지만 치밀한 성격과 독특한 유머는 분명 닮은 부분이 있다. 마찬가지로 신정원 감독도 영화만큼 유머러스하지는 않지만 엉뚱한 성격이 많이 닮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신정원 감독은 영화와 달리 무척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평범해서 평범하지 않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신 감독은 고등학생 때부터 캠코더로 단편영화를 찍으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 후 뮤직비디오를 찍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회적으로 꿈을 좇던 그는 임창정의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임창정의 소개로 윤제균 감독을 만나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의 비주얼 수퍼바이저를 맡게 됐다.


서른 살의 이른 나이에 '시실리 2km'로 감독 데뷔의 꿈을 이룬 신정원 감독은 전국 200만 관객을 모으며 독특한 감각을 인정받았으나 두 번째 영화 '차우'를 내놓기까지 5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뢰매 찍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스태프들과 열정을 다해 찍었다"는 신정원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 개봉 첫 주 반응이 나쁘지 않다. 기분이 어떤가?


▲ 무대인사 때문에 극장에 다녀봤더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스크린 수 2개당 '차우'는 하나 꼴이었다. 앞으로 다른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니 걱정이다. 솔직히 평단이나 언론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것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했다. 포털사이트 관객평점도 8점대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실리 2km'는 6점대로 시작해서 점점 올라가 7점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 한국영화계에서 'B무비'는 굉장히 폼 잡고 과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우'는 전체하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 멋 부리는 건 진짜 싫어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처럼 '가오' 잡는 게 싫다 '아마겟돈'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감정과잉과 애국심을 강요하는 할리우드만의 특성이 싫다. 이번에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잠깐 봤는데 관객들이 왜 '차우' CG와 비교하는지 알 정도로 대단하더라. 사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피터 잭슨의 초기작들이다.


- '차우' 관객 중에는 알고 보니 코미디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 일단 내가 즐거워야 주위 사람도 즐겁다고 생각한다. 내가 즐거워 찍은 것이지 웃기자고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는 배우들도 즉석에서 생각해낸 애드리브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사실 미리 준비해놓고 말을 안 한 채 깜짝 촬영한 경우가 많다. 배우들이 당황하다가 즉흥적으로 연기하면 낯선 느낌이 나오는 게 좋다.



- '차우'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 '시실리 2km' 끝내고 준비하던 아이템이 계속 미뤄지던 차에 김용철 촬영감독과 한겨울에 지리산에 갔다가 김 감독이 떠올린 아이디어다. 실제로 삼매리가 있기도 했고 가끔 멧돼지가 무덤을 파서 시체를 먹는 일이 있다고도 하더라. 촬영감독이 기본 아이디어와 트리트먼트를 포함해 촬영 단계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줬다. 윤제문의 '300kg' 장면도 김 감독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준 아이디어다.


- 제작 초 식인 멧돼지 묘사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 처음 생각했던 건 단지 큰 멧돼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같은 이야기였다. 막상 멧돼지를 표현하려니 막막했다. 조련돼 있는 멧돼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농장 가서 봤더니 철장이 휘어질 정도로 공격성향이 강하더라. 그렇다고 돼지를 갖고 찍으면 코미디밖에 나오지 않으니 답이 안 나왔다. 그러다 미국에서 온 어떤 분을 만나서 미국에 가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 미국에 가서 보니 어떻던가?


▲ 멧돼지를 만들어놓은 모형이 있다고 해서 가서 보니 그럴 듯하더라. 한국 멧돼지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무선조정 자동차처럼 10명 이상의 사람이 일일이 한 부분씩 맡아서 움직이게 하는 모형이었다. 돌아와서 한국 업체를 만났더니 '거기에 사람이 들어가나요?' 하고 오히려 내게 묻더라. 사실 CG에는 많은 돈을 쓸 수가 없었다. CG는 미국 팀이 진행하다 한국 업체가 보충해주는 식으로 완성했다.


- CG의 완성도에는 만족하나?


▲ CG에 쓴 돈은 10억원도 안 될 것이다. 30억원이 들어갔다고 하지만 미국 로케이션 촬영 비용까지 합한 것이다. 그 사이 환율도 1.5배 가량 오르기도 했다.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은 아니다. 특히 탄광 촬영 때는 수퍼바이저가 응급실로 실려가는 바람에 나 혼자 해야 했다. '우뢰매' 찍는다는 말 듣기 싫어서 계약 기간이 끝난 스태프들과 열정을 다해 찍었다. 오랜 기간 고생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생각하면 슬프다.



- 엄태웅이나 윤제문, 박혁권 등이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연기를 해 신선했다. 배우들을 관찰하고 만든 캐릭터들인가?


▲ 원래 배우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엄태웅이나 정유미, 윤제문 등이 어떤 배우들인지 잘 몰랐다. 캐스팅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들과 촬영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뛰어난 배우들이다. 엄태웅에 대해서도 잘 모르긴 했지만 만나 보니 무척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더라. 원래는 반항적이고 사회부적응자 같은 캐릭터였는데 '엄태웅의 실상을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바꿨다. 캐릭터는 윤제문이 연기한 백포수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윤제문을 만나 보니 순수하고 낯가리는 성격에 장난 치고 싶어도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혁권의 도벽 장면은 배우가 애드리브로 연기한 걸 촬영감독이 포착한 것이다. 처음엔 빼려고 했는데 나중에 그런 비슷한 자리에서 똑같은 장면을 보고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윤제문과 정유미의 로맨스가 이색적이었다.


▲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원래부터 둘을 붙여놔야겠다는 계획은 갖고 있었다. 괴수 영화나 어드벤처 영화 보면 주로 주인공 남녀 사이에 로맨스가 생기지 않나.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을 연결시키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 백만배(윤제문 분)가 천일만(장항선 분)과 언쟁하다가 화면 밖으로 나간 뒤 총을 가지러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차우'의 유머스타일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장면이다.


▲ 배밭에서 배 맞는 장면만큼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 찍을 때 윤제문이 화면 밖으로 나간 뒤 한동안 내가 '컷'을 외치지 않자 장항선 선생님이 당황해 했다. 윤제문도 처음에는 낯설어 했지만 내 특성을 잘 아니까 금방 이해해 주더라. 장 선생님은 끝날 때까지 공감이 안 된다고 했다. 진지한 정극 연기만 해오셨기 때문일 것이다.


- 쇼트와 쇼트 사이, 신과 신 사이의 리듬이 독특하고 낯설다.


▲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던 아이가 커가면서 기타도 다케시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게 기형적으로 결합되면서 나타난 결과인 것 같다.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다음 나오는 에필로그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편집 당시에도 다들 당황해 했다. 너무 멀리 간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박수치겠지만 아니면 끝없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국민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니까 시간이 좀 지나면 이해가 갈 것이라 생각한다.


- 좋아하는 영화 취향은 어떤 쪽인가?


▲ 취향이 늘 바뀌어서 말하기 힘들다. 어릴 때 좋아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태양의 제국'이나 '칼라 퍼플' 나올 때부터 싫어졌다. 제임스 카메론도 '터미네이터'는 세 번 볼 정도로 좋아했지만 '타이타닉'이나 '터미네이터2'는 싫었다. 변함없이 좋아하는 감독이라면 기타도 다케시 정도인 것 같다. '소나티네'를 특히 좋아한다. 사실 요즘 새로 나오는 영화는 별로 안 본다. 예전에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 같은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 요즘엔 없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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