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 산다지만 나도 당장 오늘 생계가 걱정"
"실제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비정규직 실직자의 비애
7월 실업급여 신청자 10% '껑충' ...고용시장 쓰나미 오나
14일 오후 서울강남고용지원센터.밖에는 장마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70여명이 몰렸다.실업급여를 어떻게 신청하고 받을 지 알아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40대 중반의 여성,50대 초로의 남성 등 중년의 남녀 가장들이 대부분이었다.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이 타결되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비정규직들이었다.이들은 "당장 밥먹는 일이 급한데 이까짓 비가 무슨 대수냐"고 되물었다.
◆"정규직? 일만 하게 해달라"
지난 2005년부터 대기업 건설사에서 시설유지보수 근로자로 일해온 배 모씨(남ㆍ55). 그는 비정규직법이 시행에 들어간 1일 해고당했다.법이 유예되면 다시 고용하겠다는 회사를 믿고 여야간 극적타결이 이뤄지기를 열흘 넘도록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생계걱정에 일단 실업급여부터 받기로 생각을 바꿨다.
배 씨는 "회사도 나를 원하고 나도 일하고 싶은데 법 때문에 해고해 버리는 이 곳이 민주사회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내 나이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침에 옷갈아 입고 출근하는 아빠,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면서 "다 늙어 어디에 취업이 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40대 초반의 이 모씨(여)의 사정도 비슷했다.이씨는 2004년 11월부터 금융기업에서 채권관리업무를 맡아왔는데 지난 달 30일 회사측으로부터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그는 여가가 극적으로 법개정이 합의를 볼까 싶어 지난 달 30일 오후 6시가 넘도록 퇴근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은 물거품이 됐고 그는 짐을 싸야 했다.
이씨는 "시골에 계신 노부모의 의료비와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어 마음을 추스르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나왔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경제적 부담을 이겨낼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처지는 이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이들의 등이 삶의 무게에 휘어진 듯 보였다.
◆실업급여 신청자 10% '껑충'
상담원들은 이들의 사연을 듣다가 함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김임숙 기업지원1과 상담원은 "해고당한 사연은 각양각색이지만 '실제로 이럴 줄 몰랐다'며 생계를 걱정하는 절박한 모습은 똑같다"고 울먹였다.
그는 "자식을 키우는 40~50대 실직자들은 다른 직종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해 창업 등을 권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유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남은 흔히 부자동네라지만 이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비정규직 실직자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매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설명회에는 70~80명이 몰려들고 있다.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난다는게 상담원들의 설명이다.
고용시장의 한파는 강남도 비켜가지 않고 있는 셈이었다.
이는 통계가 정확히 말해준다.강남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실업급여 신규신청자수는 748명으로 지난 달 같은 기간(682명)에 비해 9.67% 증가했다.
또 지난 1일 이 지원센터에 설치된 비정규직 전담 상담창구를 이용한 상담 건수도 6일까지는 단 한 건도 없었으나 7일 12건을 시작으로 8일 14건, 9일 11건, 10일 10건, 13일 11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정정식 강남고용센터 소장은 "실업급여를 원하는 비정규직자들의 상담도 이달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보통해고 당한 후 직접 일자리를 찾아보다가 천천히 고용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도 신청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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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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