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포는 16세기이후부터 전투함의 주력 무장시스템으로 사용됐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기습을 기점으로 거함거포시대는 종결됐다. 이후 전투함은 전투기와 대함미사일에 대항하는 함대공 시스템시대로 접어든다. 그러나 함포는 여전히 미사일로 공격하기 어려운 근거리 목표나 소형함정에 대한 유력한 대응수단이며, 새로운 탄약기술 도입으로인해 과거 영광을 아직도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76mm함포이다.
▲76mm함포 평정한 이탈리아=함포는 1960년대 초반 미국의 항공모함 같은 전력을 갖추지 못한 영국, 프랑스, 구소련 등 주로 개발했고,이탈리아 오토메랄라가 1960년 내놓은 76/62 COMPACT가 서방해군 수상함의 주력함포로 자리매김했다. 76은 76mm포구경을 의미하며, 62는 포신의 길이인 구경장을 말한다.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사가 1964년에 개발한 76mm 신형함포는 200t급이상의 소형함정에 장착될 수 있도록 소형화,자동화됐다. 이를 또 미해군이 면허생산해 MK75라는 제식명을 부여, 한국해군 등 40여개국가에서 수출했다. 이탈리아 76/62 COMPACT함포는 포신을 세울수 있는 포탑이 있고 포탑은 360도 회전하는 마운트에 올려져 있다.
마운트 밑에는 대규모 포탄공급장치가 위치하는데 이 탄창시스템이 1겹이면 44발, 2겹이면 80발, 3겹이면 115발의 포탄이 장착된다. 통상 200t 이하급 함정, 예를들어 한국해군의 백구급과 같은 소형함정은 작은 크기 탓에 1겹(44발)을 장전할 수 있고 배수량이 1,000t이 넘어가는 울산, 포항급전투함은 2겹(80발)을 장전하는 포탄공급장치를 갖고 있다.
▲한국의 자체생산기술 수준은= 한국 해군은 지난 1975년 처음으로 이탈리아 76/62 함포를 도입할 당시 모든 부품을 이탈리아에서 직접 제작한 것을 수입했으나, 1983년 이후부터는 대한민국의 요청으로 위아의 전신인 (주)기아기공에게 부품을 일부 납품받는 조건으로 판매대금 일부를 충당하는 절충교역(Offset Program)약정을 체결해 기술도입생산한다. 이탈리아 오토멜라라는 이를 위해 회전구동장치,고각구동장치 등의 분해조립도면과 기술을 제공했으며 ‘양해각서와 부속사업 계획은 비밀로 취급되며 절충교역 이행에 필요한 제3자에게만 제공한다’는 비밀보호 약정 등을 체결했다. 하지만 핵심장치의 유지 보수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위아(주)는 5인치 함포의 기술도입 생산으로 독자개발 기반을 갖추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고속정, 호위함, 구축함, 중상륙정 등에 탑재해 대함 및 대공 방어용으로 운용하기 위해 한국형 76미리 함포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2002년부터 총 164억원과 개발설계인원 161명을 투입해 76밀리함포의 국산화계획을 추진하면서 국산화계획에 따라 76밀리 함포의 시제품을 개발해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운용시험을 성공적을 마쳤다. 현재 위아에서 개발한 함포는 기존의 이탈리아함포에 비해 발사율이 분당 80발에서100발로 향상시켰으며, 스텔스기능 및 360도회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부품기준 국산화율은 92%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사는 한국이 비밀협정을 깨고 대여한 함포를 역설계해 15개 핵심부품을 복제하거나 제공된 도면을 시제품에 이용했다면 생산·판매 등을 중단시켜달라고 청구한것이다.
위아 관계자는 "2002년 4월 업체자체 개발계획을 국방부로부터 승인받은 이후 국내 자체생산을 꾸준히 진행돼왔으며 이번승소로 한국해군의 보급에는 이상이 없을 것을 전망된다"고 설명하고 "단지 방산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향후 국내함포의 수출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KX차기고속정 1호함인 윤영하함에는 기존 퇴역함에서 사용하던 이탈리아제 76mm함포를 장착한 상태이며 위아에서 자체제작한 이번 함포는 PKX차기고속정 2호함부터 장착할 계획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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