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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잔치'로 끝난 한국투자...에릭슨도?

에릭슨, LTE R&D 센터 설립 등 2조원 규모 투자..과거 사례처럼 '용두사미' 우려

스웨덴 최대 통신장비사인 에릭슨이 향후 5년간 국내에 2조원 규모를 투자, 4G기술 연구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통신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용두사미로 끝난 전례가 많아 이번 에릭슨 투자도 '말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12일 스웨덴을 방문, 에릭슨사의 칼 헨릭 스반베리 CEO와 면담을 갖고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에릭슨의 한국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에릭슨은 차세대 이동통신 테스트베드인 한국에 향후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80명 수준인 에릭슨코리아 직원 규모를 1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국내 통신 업계는 에릭슨의 이번 투자가 우리나라 4세대(4G) 통신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4G 세계 표준안을 놓고 와이브로와 LTE(롱텀에볼루션)가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을 다량 확보한 와이브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에릭슨이 한국에 4G 관련 R&D 센터를 설립하는 계기로 정부의 4G 전략도 와이브로에서 LTE로 확대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서병조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은 "삼성과 LG를 합친 국산 휴대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현재 25% 수준에서 30%로 늘린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LTE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에릭슨의 국내 투자에 따른 기대를 내비쳤다.


다만, 정부는 에릭슨의 투자가 와이브로 정책의 후퇴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서병조 실장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와이브로와 LTE를 병행하는 것"이라며 "와이브로 정책은 예정대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슨의 한국 투자 내용에는 KT와 모바일 에코시스템 개발도 포함돼 있다. 에릭슨은 KT와 이와 관련한 MOU를 체결해 이동통신 설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협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에릭슨의 이번 투자 계획이 과거 글로벌 기업들처럼 '속빈 강정'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 2004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한국 R&D센터를 설립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2007년 1월 본사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핑계로 슬그머니 문을 닫았다.


2008년 2월에는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IBM 연구소의 국내 유치 계획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정부측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사실은 IBM이 주도하는 서비스 사이언스에 관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전언이다.


이어 2008년 11월에는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향후 3년간 6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학교나 기업을 대상으로 윈도 운영체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 무료 공급에 사용됨으로써 자사 소프트웨어 점유율을 높이는데 이용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글로벌기업의 한국 투자를 어설프게 추진하는 바람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서병조 실장은 "이번 에릭슨의 한국 투자는 에릭슨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높이 평가해 추진되는 만큼 국내 이동통신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과거 사례와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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