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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생각

생각
이어령 지음/생각의나무 펴냄/1만2000원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사지가 줄로 꽁꽁 묶여있다면 우리는 한시간도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고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편견속에 갇혀있고 고정관념에 묶여있는 것을 자각하기는 어렵다. 늘 하던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며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유연성이 줄어든다. 점점 남의 생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새책 '생각'은 누가 꼬집어주고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 일상적으로 보고 느끼는 사물과 현상들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위기의 시대에 '생각'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그는 광부들이 지하 갱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보석을 캐내듯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생각'을 캐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오랜 기간 창조성을 발휘하며 살아왔다. 각 시대마다 키워드를 내놓으며 사회변화를 진단하고 이끌어왔다. 신바람 문화, 벽을 넘어서, 디지로그 등 선구적 시대정신을 보여준 그는 창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말한다.


창조적 발상의 근원은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책은 여러 가지 사고의 벽을 뛰어넘어 생각의 틀을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다. 누구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 예컨대 연필이나 나무, 작은 종, 지게나 돗자리, 보자기 등 전통 물건들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창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선 조금 전까지 통했던 상식과 지식들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우리를 괴롭히던 고정관념, 집념, 원한 등 쓸모없는 것들을 모두 버려야 새 물이 고이듯 새로운 생각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슬픔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가난이 풍요로 바뀌기도 하듯 모든 삶에는 거꾸로 된 거울 뒤 같은 세상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 무엇이든 뒤집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로는 오류가 혹은 오역이 창조의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붙지 않는 풀, 녹음이 안 되는 녹음기에서 3M은 '포스트 잇'을 만들었고, 소니는 리코더와 플레이어가 같이 되는 '워크맨'을 탄생시켰다.


또한 월트 디즈니는 인간에게 해(害)만 끼칠 뿐인 쥐에서 '미키마우스'를 창조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책은 20세기가 단선적인 결정론으로 도구를 만들고, 그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호모파베르(Homo Faber)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놀이와 상상 그리고 창조적 힘으로 끝없이 삶을 허구와 이미지로 충만하게 하는 호모 픽토르(Homo Pictor)의 세기라고 설명한다.


지은이는 사고가 틀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달으려면 남이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그런 목적으로 쓰인 글이다. 벽을 넘는 방법, 360도로 열린 초원에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어두운 지하 갱으로 들어가 남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빛의 원석을 캐내는 연장을 찾는 법을 이야기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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