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면서 기업간 편차는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 부실 수준 진단' 보고서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강도와 방향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로 우리 기업의 재무건전성 수준을 분석했다.
우선 기업의 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1997년 219%에서 88%로 하락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차입의존도 역시 45.9%에서 23.2%로 낮아졌다.
부채상환능력 역시 1997년 0.9에서 2008년 3.0으로, EBITDA기준 이자보상배율도 1.5에서 5.0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부채상환능력은 외환위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당히 개선됐지만 기업간 편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단 부실화된 기업은 부실이 상당히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부실화 정도는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획기적으로 낮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전반적인 수준이나 국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높다"면서 "최근 추진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은 부실의 확산을 차단한다는 측면에서는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미 도산 상태에 빠진 기업을 구조조정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최근 기업 구조조정은 생존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부실 수준을 평가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익성과 현금흐름 개선에 주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투자해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따라서 연구원은 "경기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기업들은) 상당히 신중하게 투자하고 현금흐름을 긴축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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