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너무 심한 거 아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 최종 3라운드가 열린 19일 제주 엘리시안골프장 18번홀 그린. 이때까지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던 '노장' 김희정(38)은 2.5m짜리 파퍼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희정에게는 먼저 경기를 마친 유소연(19ㆍ하이마트)과 연장전을 치를 수 있는 절체절명의 퍼팅이었지만 볼은 결국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그 순간 그린 주변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몇몇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우승이 확정된 유소연(19ㆍ하이마트)에게 맥주세례를 퍼부으며 앞다투어 축하를 건넸다.
이에 앞서 대회를 중계하던 TV 카메라에는 김희정이 파퍼트를 준비할 무렵 이미 일부 선수들이 웃으면서 맥주캔을 흔드는 등 우승 세리모니를 준비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 광경을 본 갤러리는 "마치 선배의 실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소란함이 씁쓸했다"고 아쉬워했다. KLPGA투어는 최근 연령층이 급속히 낮아져 지금은 25세만 되도 중고참에 속하는 '조로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6개월 후면 마흔에 접어드는 김희정의 투혼은 '아름다운 도전'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1999년 LG019여자오픈 이후 10년만의 우승기회를 3퍼트로 허망하게 날린 김희정은 말없이 그린을 떠났다. 아무리 프로의 세계지만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상대는 더욱이 '이모뻘' 되는 선배였다. 김희정은 "(나는 몰랐지만) 나중에 지인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없다. (소연이의) 우승을 축하하고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주=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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