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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카멜레온기업의 최후

나노 회사 인수, 담배회사에 100억원 출자, 30대 사장 등극, 설립후 10년간 6번 사명변경.

18일 저녁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한 ST&I삼성수산의 이력입니다. 잘 나가던 테마에 편승하고, 젊은 CEO의 등극으로 주목받았던 ST&I와 전신이 어디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주인과 사명변경이 잦았던 삼성수산은 결국 증시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주인이 바뀔때마다, 새로운 사업을 발표할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투자했던 이들 기업의 주주들은 이제 정리매매라는 최후의 폭탄 돌리기에 다시 한번 베팅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1994년 씨티아이반도체라는 이름으로 화합물 반도체 제조업을 시작한 ST&I는 1997년 코스닥에 입성할 때만해도 유망한 벤처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IMF 관리체제였던 1998년과 1999년 화의에 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질곡의 역사를 써내려 가기 시작합니다.

2001년 에쓰에쓰아이로 변신하더니 2005년엔 메디아나전자로 이름을 바꿉니다. 2006년엔 나노엘시디란 회사를 인수, 당시 주목받던 나노 테마에 합류하며 회생을 꿈꿨지만 불발에 그쳤습니다. 이듬해인 2007년엔 온성준이란 30대 초반의 젊은 새주인을 만나 온누리여행사를 인수하고, HKC담배에 1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외 투자의 대가로 불리던 온씨가 55억원 규모의 횡령혐의를 받고, 경영권 다툼가지 벌어지면서 ST&I는 다시 좌초됩니다.

2008년 여름, 온씨가 물러난 후 ST&I는 올 3월까지 1년 반동안 2번의 최고경영자 교체와 3번의 최대주주 변경을 합니다. 이러는 사이 가뜩이나 적자기업이던 ST&I는 부실 규모만 더욱 키우게 됩니다. 2007년 161억원 규모였던 순손실 규모는 2008년 557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이 사이 매출은 155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줄었습니다.

1997년 엠앤아이정보시스템으로 시작한 삼성수산은 2007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할때까지 사명변경만 무려 여섯번을 합니다. 사이어스란 이름으로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유지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사명이 바뀌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은 지난해 10월까지 무려 9차례나 됩니다. 대표이사 변경은 10번이 넘습니다.

이렇게 정신없는 변화 속에 실적은 당연스럽게 매년 1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퇴출을 모면한 것은 한꺼번에 3100만주 이상을 날려버린 2005년의 감자와 2004년 이래 10차례 이상 실시한 유상 증자 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수산의 감자와 증자를 통한 연명은 올해 실시한 상장폐지실질심사에 걸려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ST&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름이 살이 안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업모델을 가지지 못한 상장사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만 입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큰 손이 인수해 뭔가 할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에 기대 대박을 노리는 투자의 말로는 항상 비참합니다. 두 회사의 퇴출이 시사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봤으면 합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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