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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녀 질병도 서로 닮는다”

고혈압,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성인병 가족력 질환에 속해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 “생활습관 고치면 질병 이겨낼 수 있어”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3남인 김정운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김정운은 외모는 아버지 김정일을 쏙 빼닮았고 체형까지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운은 키 175cm, 몸무게 90kg쯤으로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상태인데다 20대임에도 고혈압과 당뇨가 꽤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김정운 부자 사례에서 보듯 유전은 아니지만 특정가족에게만 잘 나타나는 취약한 질환이 있다.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있는 셈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생활습관질병으로 알려진 성인병 대부분이 가족력질환에 속한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의 ‘가족력 질환’에 대한 도움말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 직계 3대 중 둘 이상 걸리면 가족력 질환

가족 중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생기는 경우를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한다. 3대에 걸친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리면 이에 해당된다.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질환과 혼동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질환은 특정한 유전정보가 자식에게 이어져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상유전자의 전달여부가 질병발생을 결정하는 것이다.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록색맹 등 대표적 유전병은 사전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미리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막을 방법이 없는 난치성질환이다.

반면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같은 식사, 주거환경 등 특정질병을 일으키는 환경을 함께 갖고 있어 나타난다.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다.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빠른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막을 수 있거나 적어도 발병시기를 늦출 수 있다.

▣ 부모 고혈압이면 자녀 고혈압 확률 50%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인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부족 등이다. 이런 요인과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위험은 더 커진다.

당뇨병도 부모 모두 증상이 없을 때보다 한쪽이라도 당뇨가 있으면 자녀의 발병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부모 중 한쪽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생길 확률은 15∼20%에 이른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면 자녀는 30∼40%까지 확률이 높아진다.

고혈압도 부모 모두 정상일 땐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그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면 50%까지 올라간다.

어머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생길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2∼4배 높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비만인 경우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35%이고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는 60~70%나 된다.

유전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낮거나 체지방의 저장정도를 인식하는 뇌기능이 둔감한 경우도 있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유전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 암 환자 가족은 주기적 검진 필요

외국보고에 따르면 대장암환자의 15~20%가 1대의 친척(형제, 부모, 자식)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전체 대장암의 10~30%는 가족성으로 생기는 ‘가족성 대장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나 형제 중 1명의 대장암환자가 있으면 발병확률은 2~3배가 된다. 2명의 대장암환자가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암 발병 나이가 낮아지는 추세여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0대가 되면 반드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가족에 유방암환자가 있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특히 직계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40세 전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비만도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몸무게와 지방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전체 위암발생 건수 중 10%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족력이 나타날 땐 해마다 위 내시경이나 위장 조영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위험 군에선 30세 이하도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 식생활 등 생활습관 고치면 가능성 줄어

특정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남보다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낮춰야 한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감량으로 발병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으면 신체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면서 칼슘섭취를 늘리는 식으로 식생활을 고치도록 한다.

직계가족 중 암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부터 해마다 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위내시경 검사 등을 받는 게 좋다.

특히 가족 중 40세 전에 성인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이른 나이부터 정기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질환이 부모 대엔 잘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조부모 대까지의 가족력을 미리 확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대전 서구 둔산동)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고 그 병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발병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부모가 금연, 절주, 규칙적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자녀가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준다”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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