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초등학생을 친 뒤 공기총으로 쏴 시신을 유기한 피의자가 교통 사고 당시 피해자가 경미한 부상만을 입었음에도 이후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은 14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모(48)씨가 지난 4일 A(11)군을 자신의 승합차로 충격한 뒤 데려가는 장면을 목격한 여고생 2명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씨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A군을 치었으며 A군은 사고 직후 스스로 일어나 머리쪽 출혈 부위를 손으로 감싼 채 울면서 뛰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씨는 곧바로 A군의 옷덜미를 잡아 끌며 “병원에 데려다주겠다”고 차에 태운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후 이씨는 A군을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겼으나 곧 마음을 바꾼 듯 피해자를 다시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이 병원 CC(폐쇄회로)-TV에 찍히기도 했다.
진술과정에서 여고생들이 당시 차종과 차량 색깔, 이씨의 인상착의, 사고시간 등을 비교적 명확히 기억하고 있어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를 추궁했다.
결국 이씨는 “병원에 데려간 뒤 MRI를 찍으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 찍을 수 없다는 말에 A군을 다시 차량에 태운 뒤 담양으로 데려가 공기총으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에 따라 자신의 무면허·음주 교통사고를 숨기기 위해 간단한 병원 치료만 받으면 되는 ‘멀쩡한’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이씨의 인면수심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더욱이 이씨는 지금껏 일관되게 “A군을 살해할 당시에 (A군은) 거의 숨이 넘어간 상태였다”고 거짓으로 진술해 시민들로부터 한층 높은 지탄을 받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현장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 ‘A군은 사고 당시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정확한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았었다”면서 “하지만 탐문수사 결과 사고 장면을 명확히 본 목격자가 나타나 이씨의 범행이 더욱 잔인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군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이후 인근 주민과 상인 등 300여명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었고 A군의 부모와 함께 실종아동 전단지 4000여장을 배포하는 등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혼선을 빚기도 했다.
A군을 봤다거나 직접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오인 신고나 제보가 20여건에 이르러 이씨의 지인이 신고하기 전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평소 A군이 ‘부탁을 안 들어주면 집을 나가겠다’고 자주 말하고 사고 당일 친형과도 크게 다퉈 가출에 무게를 뒀었다”며 “이씨가 잡힌 뒤 곧바로 실종사건과 유관하다고 판단, 수사력을 집중했었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김범진 기자 bjjournal@gwangnam.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