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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계집 바뀌는데 젓가락 바뀐다고 화내나?

시계아이콘02분 10초 소요

제너럴 일렉트릭(GE·General Electric)와 제너럴 모터스(GM·General Motors). 두 회사 모두 미국에 적을 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입니다.

GE는 1892년에 설립돼 현재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등으로 사업을 시작해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자·전기 소비재를 생산했으며 발전설비, 제트엔진 등에서 초일류기업으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08년에 설립된 GM 역시 24개국에 28개 해외자회사를 거느리며 169개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해 왔습니다.



두 회사 모두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미국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장군(General)이라는 농담이 오갈만큼 어떻게 보면 그동안 미국을 경제강국으로 격상시킨 셈입니다.

그러나 같은 General로 시작되지만 두 장군의 운명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장군은 계속 전쟁터에서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며 적진을 향해 돌진하고 있지만 한 장군은 패배자의 쓴 맛을 볼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자칫 치열한 전쟁터에서 영원한 패장으로 역사의 무덤속에 묻히게 된 것입니다.



두 장군의 운명이 갈려지게 된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GE는 잘 나갈 때도 철저하게 낭비요소를 제거, 생산성을 높이기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워크아웃, 벤치마킹, 6시그마 등 끊임없는 혁신노력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GM은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을 제대로 수술하지 않은 채 열매를 따먹기에 급급해습니다. 밖에서 밀려들어오는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채 수치로 나타나는 비용절감 규모에만 매달렸습니다.

하루 일당 60달러를 벌 수 있는 일터를 찾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에 줄지어 서 있을 때 GM의 근로자들은 시간당 60달러를 받으면서도 걸핏하면 파업이라는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지금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GM의 운명은 이미 그때부터 결정된 셈이지요.

한 쪽은 변화를 지배했고, 한 쪽은 자신을 장군으로 이끌었던 과거의 성공비결을 그대로 답습한 것입니다. 그동안 자신이 경험해 왔던 세계는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그것만 믿으며 새로운 세계에도 먹힐 것으로 생각했던 셈입니다.



계집 바뀐 건 모르면서 젓가락 바뀐 것은 아느냐는 속담이 있습니다. 배우자 바뀐 것은 모르고 젓가락 짝 바뀌었다며 화낸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GE는 젓가락을 바꾸더라도 계집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GM은 배우자가 바뀌는 줄도 모른 채 그동안 계속 젓가락의 짝이 바뀌는 부분에만 지나치게 신경 써 온 셈이지요. 결국 젓가락 짝 타령하다 배우자를 잃어버릴 신세가 됐습니다.



저는 코란도(Korando)라는 말을 무척 좋아합니다. 한국인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Korean can do it)는 말이 얼마나 좋습니까? 1980년대 초 저는 자동차를 담당하는 기자였습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우리나라 자동차역사를 새로 쓴 신진자동차 창업주의 자제분이었습니다.



코란도라는 상표로 부친이 못다 이룬 자동차강국의 뜻을 다시 펼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주식회사 거화라는 자동차회사를 출범시켰습니다. 신진자동차가 거화로 변신한 셈이지요. 1982년 열린 서울국제무역박람회에 설치한 거화의 부스는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시 거화가 생산한 지프를 아시아권에 수출하기위해 해외를 오가며 집념을 불태우던 CEO의 모습을 보며 한국인의 긍지를 느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 거화는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바로 동아자동차입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대형버스를 베트남과 보르네오섬에 수출한 하동환자동차는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바꾼 후 주식회사 거화를 흡수합병했고 4륜구동 전문업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동아자동차의 운명 역시 길지는 않았습니다. 쌍용그룹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쌍용자동차가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인은 대우그룹→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 법정관리상태에 들어가 독자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자리를 지켰다기 보다는 생명을 연명한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맞은 주인이 중국 최대의 승용차 그룹인 상하이기차입니다.



그런 쌍용자동차가 이젠 바람 앞의 등불신세가 됐습니다. 노조가 파업해제 후 대화재개라는 노사정협의회 중재안을 거부함으로써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입니다. 경영난이 심화돼 회사가 문을 닫든지, 경찰력이 투입돼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든지, 파국의 길로 치닫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선 영업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파업 후유증으로 팔 차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영업소 직원들은 이제 빚내서 생활해야 할 상황이 됐고 이러다간 진짜 망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젓가락도 바뀌고 계집도 바뀌어야할 신세가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 GE처럼 변화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 GM처럼 과거의 비결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길입니다.

Korean의 자존심을 걸고 젓가락의 짝도, 계집도 바뀌지 않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대해보는 아침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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