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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가 만난 사람]김정태 하나은행장 '위기는 근본 바꿀수 있는 찬스'

리더는 조직에서 마중물 역할 하면 되는 것

금융문화 혁신 이끄는 CEO 김정태 하나은행장

대담 = 권대우 아시아경제 대표이사 회장

주말엔 조조할인영화 보며 메마른 정서에 영양분 공급
형식을 따지면 직원들 마음 열지 않아 조직 참여 이끌어



리더는 태어날까? 아니면 만들어 질까? 김정태 하나은행장을 보면 분명 만들어진다는 쪽이 맞는 것 같다.

직원의 입장, 고객의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서 해답을 찾아 실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이니셜인 JT를 '조이투게더(JOY TOGETHER)'로 표현하는데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언제나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는데서 혁신을 찾고, 실적을 찾는다.

캠페인이 벌어지면 목표책정보다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 함께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펌프에 한바가지의 마중물을 넣으면 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나오듯 마중물에서 리더의 역할을 찾는 행장이다.

이를 통해 그는 보수적이기로 정평이 난 금융기관에서 형식을 파괴하고 있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집무실에는 직원들이 보내온 격려의 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참여의 경영문화를 만들어내는 김정태 행장을 만나 용솟음치는 에너지의 근원을 추적해본다.


-열정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징기스칸입니다. 그만큼 그는 열정덩어리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열정이 없었더라면 목동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의 정신은 자신의 주변이 아닌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습니다. 김정태 행장하면 떠올려지는 게 높은 '열정의 온도'인 것 같습니다.

▲원래 우리의 문화는 참여의 문화였습니다. 지시의 문화가 아니었습니다. 사극을 보면 "아니 되옵니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서구문화가 들어오면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대화할 때 가급적 참여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시켜서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스스로 참여하면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조직의 열정은 바로 거기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열정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여의 기업문화,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현재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에 머물러 있는 한 더 넓은 세계로,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갈 실험정신은 실종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는 벤처정신, 프론티어정신이 뒷받침돼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우리 안에 있는 동물과 야생동물의 차이가 바로 그렇습니다. 야성이 살아있는 야생동물은 늘 사냥감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야성을 거세당한 동물원 우리안의 동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권회장께서 얘기한대로 징기스칸은 넓은 평야를 달리다가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그것을 제거해 버렸습니다.

-그런 정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스스로 참여하게 한다는 말씀이군요. 행장께서는 임직원들의 숨겨진 재능을 이끌어내고, 또 그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테크닉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강강수월래를 봅시다. 손잡고 한마음이 되어서 돌고 또 돕니다. 농악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꽹과리를 치고 뒤에서 신나게 춤을 치며 뒤따릅니다.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으는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지 않습니까?
체육대회나 운동회할 때도 그렇지요. 마지막에 모두가 참여하는 줄다리기를 하지 않습니까? 절반은 이기고 절반은 지게 돼 있지만 100%가 참여하지요. 참여문화의 토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토양을 무시하며 어느 날 갑자기 지시하니 젊은 직원들의 氣는 거세됩니다. 그런데서 소통이 있을 리 없고, 열정도 반감될 것입니다.

-내가 만들어낸 것도 필요하다면 파괴해 다시 창조해 내는 용기가 바로 혁신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조직 내 인화를 무척 중시합니다. 그러다보니 미래의 돌발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합니다. 얼마 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황승진 교수가
한 이 얘기를 듣고 공감이 갔습니다. 반대의사나 역발상등을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행장님의 노력이 많은 CEO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영학적인 접근논리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치는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가끔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일까, 비합리적인 동물일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질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좋다, 싫다는 잣대를 들이댈 때가 많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고, 참여의 문화가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직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혁신의 시작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을 경험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는데, 제가 그렇게 하니 매듭은 풀려지고, 생산성도 높아졌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은행장이라는 신분이 꽤 높은 자리인데 제가 먼저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행동을 같이하니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갔습니다. 현장의 해답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은행은 결국 서비스업 아닙니까?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종업원의 완벽한 서비스에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미래를 보장하는 이익창출의 원천은 종업원이기 때문입니다. 종업원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좋은 서비스는 이익으로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직원과의 제대로 된 소통은 고객내부의 니즈까지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초일류기업들도 적지않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형식을 따지면 직원들이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습니다. 저 자신이 직원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면 직원들도 마음을 열고 그것은 결국 고객들이 읽게 되어 있습니다. 그 혜택은 결국 저에게 돌아오고, 은행경영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직원들의 말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려면 적지 않은 내공이 필요합니다. 말 안되는 소리를 할 때면 때로는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다음부터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열고, 경청을 하는데도 비용이 필요한 법이지요. 그 비용을 잘 지불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 아니겠습니까?

-경청하는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리더가 훌륭한 리더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감동이 있는 서비스, 혼이 담긴 서비스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에선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리더는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입니다. 그 방향은 혼자서 잘 잡을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이 자기능력을 100%에 가깝게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중 하나입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 할수 있도록 도와주면 능력은 오히려 그 이상 발휘됩니다.
저는 켐페인 할 때도 그렇게 합니다. 목표를 주기보다 그 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유를 설명해주고, 설득하면 실적은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목표보다는 동기부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업무에 대한 추진력이든, 좋은 결과를 내든 거기에는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추진력을 이끌어내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 동기부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더의 임무중에서 구성원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동기부여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에 펌프로 물을 품어 내게해 식수로 사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펌푸 질을 하기 전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붓고 펌프질을 하는데 이물을 마중물이라 했지요.
손님이 오면 주인이 마중을 나가 맞이하듯이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부어 품어 올리는 새물을 맞이하는 물이라는 뜻으로 마중물이라 했습니다. 펌프에 물이 잘 퍼 올려 지지 않으면 마중물이 꼭 필요했습니다.
바가지로 조금만 넣어 펌프질을 하면 깊은 곳에 있던 물도 펑펑 쏟아져 나옵니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우리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중물 같은 물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 엄청난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마중물처럼 세상을 살아가면 자신도 행복하고 남에게 행복을 안겨다 줄 수도 있습니다. 은행장이 되면서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손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손이 너무 커서 주판알 다루기가 힘들어 고생이 많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손만 큰 게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까지 근엄하고 권위적인 행장님께서 이처럼 감성경영에 큰 비중을 둔다는 점, 친구나 형님, 오빠처럼 직원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으는 지혜가 정말 돋보입니다.

▲지금도 어딜 가면 조폭출신이냐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저도 잘 나갔습니다. 아버님이 육성회 회장, 어머니도 활약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의 사업이 부도나고 나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때는 빚쟁이 집으로 몰아닥쳐 야구방망이를 들고 막기도 했었으니까요. 혈기가 왕성할 때 한 행동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러면서 인생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부드러워 지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고......아픔이 컸으니 웬만한 것은 참을 줄 아는 인내심도 생겼습니다. 돈이 없어 야전잠바 물들여 몇 년씩 입고 다니면서 가난한 사람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됐습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습관이 천성을 녹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창 젊을 때의 그런 시련이 현재의 김정태 은행장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부친께서 사업이 승승장구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고뇌가 어떻게 보면 경쟁력이 된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 사랑의 힘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망나니로 자랐지만 사랑을 너무 받으면서 성장했기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습관을 키울 수 있었고, 어떤 위기가 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주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직원들과 얘기할 때 애들을 뿌리치지 말고 사랑을 퍼부으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몸이 허약해지면 좋은 음식도 먹고, 보약도 먹습니다. 은행장께선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위기를 안고 사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위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운명이라 생각하고 이를 헤쳐나가는 방법이 필요하죠. 지혜가 고갈될때에는 책을 읽으면서 보충하는 방법이 있고, 강의를 듣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주로 영화를 자주 보는 편입니다. 그것도 주로 주말을 활용한 조조할인 영화이지요.
조조할인 영화를 보면 표값이 할인되는 잇점도 있지만 극장이 깨끗하고 붐비지 않아 좋습니다. 아침의 첫 프로를 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메마른 정서에 영양분을 공급하는데는 정말 좋습니다.

-은행에 들어오는 순간 발바닥 조형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만 그것도 은행장께서 늘 얘기하는 펀경영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됩니까?

▲요즘 자전거가 유행입니다. 그런데 자전거보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뭐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발바닥이지요.
인간은 처음 네 발을 딛고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어서 직립인간이 됐고, 만물의 영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발바닥에 힘을 주고 두발로 딛는 순간 문명을 이루게 된 셈입니다. 그러니 발바닥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발바닥에 관련한 건강강좌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은행입장에서 보면 발바닥이 튼튼하다는 것은 현장경영이 잘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우리의 구호를 곰발바닥, 소 발바닥, 하나 발바닥으로 하자고 했는데 직원들이 반대했습니다. 맨발의 청춘도 생각했는데 직원들이 반대했습니다. 하나은행의 VIP마케팅 개념과 맞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바뀐 것이 발로 뛰는 그린뱅크입니다.
어떻습니까? 좋지 않습니까? 정부도 녹색성장을 내걸고 있고, 은행도 현장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의미가 들어있으니까요. 현장중심 경영에는 발이 그만큼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중요한 것은 신뢰인것 같습니다. 은행장께선 모든 일에 이처럼 순수하게 접근하고, 스스로 팔을 걷어부친채 나서니 직원들도 따라나서는 게 아니겠습니까?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어린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산속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검거됐습니다. 그리고 3년 옥살이를 치러야 했지요. 신의는 이처럼 중요한 것입니다.
신의라는 단어의 信字는 사람人+말씀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말을 하면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쉬운 일같이 보여도 어려운 것입니다. 저는 항상 그런 신념으로 말을 하고, 직원들과 고객들을 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융인에게는 기본적으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자산이 자기 자산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나를 보고 맡긴 것이고, 회사를 믿고 맡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잃으며 큰 것을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더 큰 것을 잃은 것이고,신뢰를 저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지금은 위기의 시대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이를 헤쳐 나가는 지혜입니다. "우리는 꿈을 꾸고 창조한다.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고객"이라고 한 에르메스 가문 6세손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서비스에 혼을 불어넣는 것도 고객, 영혼이 있는 경영도 출발은 바로 직원들로부터 나옵니다. 그 기반위에서 꿈을 꾸며 창조하는 것도 가능 하겠지요. 사실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금같은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넘기느냐 것입니다.
얼마전 번에 ADB(아시아개발은행) 총회에 가서 참 좋은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위기는 기회다란 말을 많이 합니다.
그 때 한분이 위기는 근본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아주 좋은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근본을 바꾸면 새로운 기회를 맞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근본을 바꿀수 있는 기회는 위기 때 오는 것입니다. 체인지(Change)의 g를 c로 바꾸면 찬스(Chance)라는 말이 있지요. 경제주체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위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리=이초희기자 cho77love@asiae.co.kr
사진=윤동주기자 doso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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