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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尹재정 "올해는 유동성 회수 필요 없어"

"단기 부동자금이 많다? 동의 못해.. 정책기조 바꾸지 않을 것"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시중의 과잉 유동성 논란과 관련, "아직은 (확장적) 정책기조를 바꿀 시점이 아니다"며 "아마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과천청사에서 가진 언론 간담회를 통해 "올 들어 단기 유동성이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나, 통화유통속도는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단기 부동자금이 많다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통화당국은 앞으로도 전반적인 유동성 상황을 예의주시하겠지만, 현재로선 정책기조를 바꿀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다음은 이날 윤 장관과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

-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해나갈 건가.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큰 소리가 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선진국은 상시 구조조정 체제다. 그런 면에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때에 비해 지금은 기업의 부채나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양호한 편이다. 아직 부실이 현저화된 경우도 없다. 다만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에 의해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업종별과 기업별 ‘투 트랙’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 경기회복 조치와 함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해나가겠다.

-단기 유동성이 빠르게 늘고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하나.

▲금년 들어 단기 유동성이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느는 건 사실이나, 전체 유동성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통화유통속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기 유동성은 모르겠지만,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전반적인 유동성 흐름을 예의주시하겠지만 아직은 실물경제로 자금이 더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선 정책기조를 바꿀 시점은 아니다. 아마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는데.

▲자금 흐름이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가격을 급등시키면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고, 그런 경우엔 거시적·미시적으로 다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그렇게 대책을 서둘러야 할 정도로 큰 변화는 없다고 판단한다.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가 좀 살아나는 움직임이 있지만 전반적인 정책기조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 경기는 하강할 때가 있으면 상승할 때도 있다. 책임 있는 정책당국의 얘기를 가능하면 믿어 달라.

-지금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단기적이 많고, 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더 줄어들 것이란 걱정도 많다.

▲경기회복을 체감하려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의 활동을 통해 창출된다. ‘4월 고용동향’이 3월보다 좀 나아졌지만 내용을 보면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효과에 따른 것이어서 큰 개선이 없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취업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아직 민간 부문의 봄소식은 멀단 얘기다. 때문에 우린 앞으로도 상당기간 긴장의 끈 놓치지 말고 고통분담을 통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직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란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한 가운데에도 주식시장은 상승하고 있다. 과잉 유동성 때문이란 우려 많은데 시장과 인식이 다른 것 아닌가.

▲미국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장기불황’ 때처럼 정부가 경기회복 시점을 잘못 판단한 선례가 몇몇 있다. 경기불황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금리를 올리고 통화를 환수하면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고, 시점을 또 너무 늦추면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수도 있다. 정책당국이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고 절대적으로 유의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부는 발의한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률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되길 바란다. 추가경정예산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1인당 25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반영했다. 만일 비정규직법이 정리되지 않으면 근로자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문제를 동력으로 해서라도 6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이 처리되길 바란다. 아울러 올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련해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문제와 복수노조 허용 등의 문제가 현안으로 기다리고 있다. 노동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에 대해서도 노동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오늘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사관계 선진화 등의 사안이 다뤄졌다. 공공부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 주인인데 당장은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생기기 쉬운 것이다. 때문에 공공성을 바탕으로 경영을 보다 효율화할 책무가 있다. 노동 유연성 제고와 관련해서도 공공부문의 책무가 민간보다 더 크다. 공공기관의 민영화, 통합, 경영 효율화 등과 마찬가지로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그런 공공성에 상응하는 책무를 발휘해야 한다.

-단기유동자금 문제가 계속 지적되는 건 실물경제로 자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인데.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른 속도로 실물 분야에 유동성이 공급되게 할 것이냐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된 과제다. 정부는 국제공조 하에 투자 유인을 촉진할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

-환율 변동성 문제가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데 앞으로 정책방향은 어떻게 할 것인지.

▲환율은 우리 경제의 기초 여건과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 외환시장의 가장 큰 기초 여건은 경상수지 동향인데, 올 1월에 잠깐 적자를 보인 이후로 계속 흑자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주 튼튼하다고 본다. 수요·공급 면에서도 이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30억달러 발행을 성공했고 시중 은행들도 연이어 외채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환율 변동의 속도나 폭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은 상대적인 것이고, 모든 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지금은 환율이 안정을 찾는 중간 과정이라고 보고 있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상당히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의 외환보유고 상황에서 다시 위기설이 제기될 가능성은 없나.

▲그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노(아니다)’라고 얘기하겠다.


-노동시장 유연화 추진하는데 참고하고 있는 해외사례가 있나. 이런 정책이 실제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우리 경제상황을 볼 때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가 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에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늘리고 국내 산업의 발달을 꾀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자유와 권익도 보장돼야 하나, 그에 못지않게 그 같은 요구를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 절차 등도 중요하다. 민주적,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시해야지 폭력적이거나 불법적인 부분은 반드시 차단돼야 한다. 이런 부분이 우리 국가브랜드나 대외신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문제의식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 목적도 중요하지만 민주 사회에선 방법도 중요하다. 목적이 절차나 방법을 정당화하지 못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더 이상의 세제 감면은 없다’고 했는데.

▲내년엔 국가 재정여건이 대단히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추가 감세 계획은 아직 없고, 그동안 추진한 정책만 정책의 일관성 및 신뢰 차원에서 유지할 것이다.

-상속세나 증여세 개편도 하지 않는가.

▲그 부분은 현재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서비스업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얘기하는데, 노동이나 교육, 의료 부문서 정부 부처 간에 생각 다른 것 같다.

▲우리 국민들에겐 희망과 뛰어난 잠재력이 있다. 작년, 재작년 비하면 (부처 간)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졌고 문제 해결도 가까워졌다고 본다. 무슨 일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최근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도 각 부처가 합의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옳은 길이라면 반드시 가야 한다. 스케줄대로 진행될 테니 지켜봐 달라.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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