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선정 글로벌 10대 기업
1980년 문을 연 미국 정유기업 발레로 에너지는 경쟁사 셰브론이 1879년, 코노코필립스가 1875년 세워진 것과 비교하면 ‘신생업체(?)’에 가깝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내실보다는 양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단계에 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줄줄이 성공시키고 사업 내용을 다각화한 결과 포천지 선정 ‘미국 500대 기업’에서 발레로 에너지의 순위는 2008년 16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지만 매출은 22.3% 증가, 1182억 달러에 이르러 규모면에서 명실공히 ‘거대 정유사’의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
◆단기간 내 성장..M&A의 힘
발레로 에너지는 ‘코스탈 스테이트 가스’의 자회사인 천연가스업체 ‘로바카 게더링’을 전신으로 1980년 미국 텍사스에서 문을 열었다.
발레로 에너지의 기업사는 다른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M&A(인수합병)의 역사’다. 특히 30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발레로 에너지가 셰브론 등 100년 역사 기업들과 단시간 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M&A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80,90년대 발레로 에너지는 베이시스 페트롤리움, PG&E, 폴스보로 정유, 베니시아 정유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마케팅, 서비스 등으로 ‘다각화된diversified)’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오리온 정유, 엘 파소 등을 인수, 이익구조를 개선하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넓혀가는 쪽으로 발전했다. 2005년 프렘코를 8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발레로 에너지는 18개의 정제소를 거느리고 하루 330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춘 거대 정유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 업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0만 달러가 넘어 2009년 포천 선정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1위’로도 선정됐다.
◆에탄올을 신성장동력으로
2~3년 전 유가가 초강세를 보일 때 발레로 에너지는 다른 정유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쓸어 모았다. 이 회사는 당시 배럴당 20달러 이상의 순익을 뽑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지난해 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발레로 에너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4분기 발레로 에너지는 고유가시절 쌓아 놓은 자금 40억 달러를 까먹어야했고 지난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손실은 113억 달러에 달해 2007년 대비 무려 121%나 급감했다.
이는 동종업체 엑손모빌이 같은 경영환경에서도 순익 11.4%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것으로 발레로 에너지가 유가 등 외부환경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천지가 ‘발레로 에너지가 미국 500대 기업 10위권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져도 놀라지 마라’고 지적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발레로 에너지는 지난 3월 에탄올 기업 베라선 에너지를 4억7700만 달러에 인수, 재생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였다.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경기가 회복하면서 에탄올 수요가 뛸 것이라는 장기 전망 하에서다. 그레디트 스위스의 마크 프레너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유산업은 암흑기로 접어들었고 올해 많은 정유사들이 도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발레로는 이 시기의 생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