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세운 포드는 최근 자동차 산업 침체기를 맞아 재평가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업체는 미국 빅 3자동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독자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서 포드는 지난해 매출 1462억 달러를 올려 GM(1489억 달러)의 뒤를 잇는 7위에 올랐지만 아직까지 포드를 GM의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포드가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 이후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을 이을 유일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같은 위기, 다른 대처
포드는 1분기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18억 달러(주당 75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GM의 주당 11.34달러 손실보다 월등히 좋은 실적이다. 또 지난 1월에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현금 보유액은 213억 달러에 달해 정부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2011년경에는 완전히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포드는 GM 등 경쟁업체와 정도만 다를 뿐 똑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판매량은 16개월 연속 감소했고 적자는 2005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포드 역시 수익성에 매몰돼 SUV, 픽업트럭 등 대형차 중심의 차종 포트폴리오를 고수, 시장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그러나 포드는 위기에 한 발 앞서 빠르게 대응하면서 파산에서 멀찌감치 피해나갈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1월, 취임한지 3달 밖에 안된 신임 CEO 엘런 멀랠리는 은행으로부터 236억 달러의 대출을 받으면서 “이 돈이 예기치 못한 일들로부터 포드를 보호해 주는 완충장치(Cushion)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자금사정이 호황이던 2006년 자금을 확보한 것이 ‘포드 105년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멀랠리 CEO는 이후 “만약 은행 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포드는 GM, 크라이슬러와 달리 비용 감축과 관련, 노조·채권단과 합의를 도출해냈다. 최근 채무조정을 통해 99억 달러(총 채무의 38%) 가량의 채무를 줄였는데 이로서 연간 5억 달러의 이자부담에서도 해방됐다. 메릴린치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과 CEO의 선견지명이 포드를 차별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미 자동차 명맥 이을까
포드 역시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크라이슬러의 파산과 GM의 위기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흔들리고 있고 그 여파로 포드의 생산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 자동차시장예측 전문기관인 CSM월드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포드와 제휴한 부품업체 중 GM과도 협력관계인 곳은 70%에 육박하며 크라이슬러와 동시에 제휴관계인 곳도 64%에 이른다. GM이 파산할 경우 포드도 휘청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GM의 파산이 포드 입지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당장 포드는 지난달 자동차 판매에서 GM 위기의 반사이익으로 도요타를 누르고 전달대비 2978대 늘어난 13만3979대를 판매했다. 포드가 도요타를 앞지른 것은 1년 만에 처음이다.
경제전문지 배런스는 GM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가 포드와 아시아 자동차 업체의 양극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포드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6.3%에서 2014년까지 18%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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