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의 행보가 심상찮다. 코스피 지수가 1400선 고지에 오르며 축제를 즐기고 있지만 정작 지난달 증시를 주도했던 IT주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 악재에 발목이 잡혀 연일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상반기 최고점 경신 후 하반기 최저점까지 추락했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60만원대를 돌파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이달 들어 하락새로 전환, 56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3월말 수준으로 되돌아 간 셈이다. 특히 지난달 23일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발표 직전 기록한 고점(63만2000원) 대비 10.44%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36% 올랐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달 상승분을 모두 토해낸 상태다. 지난달 23일 실적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만46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지난달 초 수준인 3만1000원(7일 종가)대를 기록 중이다. LG전자와 하이닉스 역시 최근 상승 랠리서 찬밥 대접을 받고 있긴 마찬가지.
IT주가 이처럼 소외주 신세로 전락한 것은 1200원대로 추락한 원·달러 환율 영향 때문이다. 환율 하락이란 악재와 가격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달 주가를 끌어올렸던 실적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먹히질 않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지난해 상반기 52주 최고가 경신 후 가파르게 주가가 급락했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1분기 실적 발표 후 어닝서프라이즈였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같은해 5월 15일 76만4000원까지 급등,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후 가격부담 우려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치면서 같은해 10월 40만3000원까지 고꾸라졌다.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도 지난해 5~6월 최고점을 찍은 후 같은해 10월~11월 최저점을 기록했고 LG전자는 지난해 5월 최고점 후 10개월만인 올 3월 최저가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리먼 사태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침체됐지만 올해는 하반기부터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환율도 1200원대 지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난해 악몽이 되풀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문가 의견이 우세하다.
서도원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이 계속 떨어져 1000원 이하대로 간다면 주가는 지금 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1200원대 환율은 충분히 대응 가능하며 현 주가에 환율 하락분은 반영돼 있다"며 "지난해 악몽이 되풀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리먼 등의 사태로 하반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됐지만 올해는 하반기로 갈 수록 호전 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가 하락한 지금 매수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IT주의 1분기 실적이 비용통제, 환율 도움이 있었다곤 하지만 펀더멘탈 요인이 핵심이었다는 것을 2분기 실적을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하락 속도가 빠르지만 비중확대 전략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권고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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