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채선물 매수가 국내 시장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중순 이후 약 2주간 3만3000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약 30bp 떨어졌다.
지난 석달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변동 범위가 3.6%~4%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꽤 큰 폭의 금리 하락이 이뤄졌다. 당연히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이 향후에도 이런 추세로 우리나라 금리를 매수할 수 있을까. 혹시 어느 순간 공격적인 매도로 돌변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적어도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상당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포지션이 크게 엇갈린 상황에서 외국인의 속내를 가늠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증권ㆍ선물, 은행, 보험 등 투자자별 국채선물 매매 자료가 별도로 집계되는데 반해 외국인 투자자와 관련한 통계는 뭉뚱그려 하나로 집계되고 있다. 개별 외국인 투자자의 성격을 가늠할 통계자료가 없다는 뜻이다. 간접적으로 정보를 획득하기조차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매를 중개하는 일부 선물회사들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려 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다만 이들에 대해 몇가지 추론할 만한 근거는 있다. 우선 정부의 외국인 채권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한국 국채의 글로벌 채권지수 포함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국채선물에 먼저 투자하고 있는 경우다.
실제 최근 들어 씨티그룹이 발표하는 WGBI에 우리나라 국채가 신규 편입될 경우 최소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최대 500억달러(65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아직까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외국인의 최근 국채선물 대량 매수의 주된 원인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대가 형성되는 만큼 그 영향을 무시할 상황은 아니다.
둘째, 글로벌 리플레이션 기대가 이머징 국가 채권 매수까지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리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채권을 팔아야 마땅하다. 위험자산으로 돈이 흐르고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다르다. 이머징 국가의 자산 자체가 위험자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4분기 무차별적인 이머징 국가 자산 매도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지금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는 만만찮은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매수 속도가 둔화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단기에 이들이 매도로 급격하게 돌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정부가 국채의 원활한 소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채권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형편이고 보면, 새로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시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가격이 문제다. 금리가 너무 내리면 즉 채권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는 주춤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금리 수준은 주요 선진국이나 이머징 국가들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이다. 환율 역시 적정 수준보다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장기적으로 채권시장 개방이 가져올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고 이에 대비해야겠지만 당분간 외국인들에 의한 금리 하락기조가 좀 더 연장될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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